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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2월 20일] 복수노조 운영 민주적으로

내년 7월부터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다. 이로써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마지막 남은 제도적 과제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마지막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이러니이고 노사합의 후에도 1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 노사관계의 발전에 큰 획을 긋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복수노조와 더불어 교섭창구 단일화로 법제적 정리가 이뤄진 것이 특히 그러하다. 당초 노동계 일각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반대했지만 관련 법제가 노조 자치와 노사 자율에서 출발해 교섭의 효율을 기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끝까지 반대할 명분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 시대에 교섭창구 단일화는 일차적으로 노조의 의무이다. 권리에 못지않게 의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노동계가 복수노조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대로 교섭창구 단일화는 크게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가장 먼저 노조 자치로 교섭대표단을 구성하거나 노사 자율로 개별교섭하는 것이다. 노사 자치로 교섭대표단이 구성되지 못할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가 교섭권을 가지며 스스로 교섭대표단을 구성하지도 못하고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는 마지막 단계로 넘어간다. 노사 자율을 기본으로 삼고 단계적으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단계가 넘어가면서 그 과정이 점차 복잡해지고 노노 갈등의 소지도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이다. 노조 자치의 발현으로 첫 번째 단계에서 교섭창구가 단일화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초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로 가게 되면 과반수 노조를 둘러싼 과정이 복잡해진다. 단일 노조만이 아니라 노조 간 연합을 통해 과반수 노조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으므로 노조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노노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마저도 안 된 상태에서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먼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단을 구성하게 돼 있지만 앞 단계에서의 노노 갈등이 이어질 뿐만 아니라 증폭될 우려가 있으며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노동위원회가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해 주게 되면 노정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가장 핵심적으로 떠오르는 시대적 과제는 새삼스럽지만 노조 민주주의의 신장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할 수 있다면 그건 노조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수의 노조가 협의해 스스로 조기에 매듭을 짓기 위해서는 노조 내, 그리고 노조 간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자치역량의 발현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이에 대한 확신이 없는 까닭에 특히 초기에 이 첫 단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첫 단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에 실패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노조 민주주의의 요청과 현실역량 사이의 반비례 관계로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될 것이다. 노조 자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과반수 조합을 둘러싼 노조 간 경쟁이 곧바로 노노 갈등으로 나타날 것이며 마지막 단계에까지 가게 되면 노노 갈등이 더욱 격화되기 십상이다. 어느 단계에서건 노조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작동한다면 문제해결은 한결 쉬워진다. 이 경우 현실여건에 적합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합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노동계는 민주화의 역군임을 자부하면서 정작 노조 내 민주주의는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이 문제는 우리 노사관계의 발전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특히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조가 복수노조 시대를 이끌 수 있기 위해서는 노조 민주주의가 전제돼야 한다. 복수노조 시대의 개막이 반 년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노동계는 복수노조 시대를 이끌 주역으로서의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조 민주주의의 신장에 주력해야 한다. 노조 간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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