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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확실하게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고용 관련정책들이야 공약했던 대로 실천하면 그만이지만 실종된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관련된 내용이자 당선인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기업투자 확대’를 주장하며 출범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노동부는 해체 위기에 몰렸고 노동조합은 외면당했으며 노사관계는 경찰에 맡겨졌다. 한마디로 노동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부와 대화창구가 막혀버린 양대 노총은 점점 더 정치권으로 빨려 들어갔고 협상 테이블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은 철탑농성과 불법파업으로 치달았다.
MB정부 들어 기능부전에 빠져
대선에 노동자 출신이 2명이나 출마하고 투쟁하다 목숨을 끊는 일이 아직도 벌어진다는 것은 비극적이다. 희망버스에 몸을 실은 시민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사업장으로 달려가고 유력 기업의 대표들이 줄줄이 국회에 불려나가는가 하면 대선 후보들이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해야 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이 모든 비정상은 노사관계 실패에 기인한다. 지난 5년간 노사분규는 크게 줄었지만 노동조합과 노사관계는 정상궤도를 벗어나 지리멸렬해지고 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개별적 고충이나 집단적 항의들이 제도 안으로 수렴되지 못하고 거리로, 정치권으로 발산되고 있다. 개별기업들이야 노무비용을 줄이는 이득을 보겠지만 국민경제로 보면 결코 바람직한 변화가 아니다. 합리적인 노동조합과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과 사회통합에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우리 노사관계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민주화와 선진화의 길을 따라 비교적 잘 발전해왔다. 불법파업이나 노사분규에 대한 정치개입도 줄었고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기구도 잘 유지돼왔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이런 패턴의 진화는 멈춰버렸다. 청와대 노동비서관의 불법사찰은 차치하더라도 노사관계는 퇴행의 길을 걸어왔다. 대통령은 노동계 지도자들을 멀리했고 담당부처 장관조차 노사 지도자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외면했다.
그러는 사이에 노동조합은 갈수록 힘을 잃어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지도부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을 뿐 아니라 갈수록 총연맹으로서의 위상과 리더십을 잃어갔다. 길을 잃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정치권 진출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더 큰 좌절만 맛보게 됐다. 지도자를 잃은 개별 사업장들은 복수노조 간의 경쟁과 재정압박으로 노동조합의 존립조차 위협받게 됐다.
사회통합 차원서 노동계 끌어안길
선거 때 박근혜 후보가 전태일거리를 방문했던 마음으로 새 정부는 사회통합 차원에서 노동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는 대선공약도 아니고 쉽게 효과를 내는 정책도 아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기울어진 균형추를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기능부전에 빠진 노사관계를 바로잡아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을 완화하는 핵심 기제로 삼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대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훌륭한 대화와 타협의 파트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노사단체가 과도한 기대나 우려를 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전환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10년 전 인수위 단계부터 개별사업장 분규 해결에 의욕을 보였던 참여정부 초기의 시행착오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ㆍ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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