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아랍국가의 기업 가운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대분분의 아랍 기업들이 가족경영방식에 머물고 있다. 아랍 기업들의 이 같은 가족경영은 이슬람식 대가족제도의 유산이 투영된 것으로, 기업투명성과 경영권분리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걸프협력위원회(GCC)의 조사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GCC 지역 기업 중 90%가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기업의 75%가 이사회에 두명 이상의 이사를 오너 가문에서 참석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바레인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연합ㆍ오만 등 중동 6개 산유국을 일컫는다. 이와 관련, 중동을 방문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 포럼 연설에서 “아랍 경제가 아시아ㆍ동유럽ㆍ남아메리카에서 이뤄진 변화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며, “경제를 다양화하고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그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아랍 기업에 가족경영체제가 흔한 이유로 관련 규제가 미비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GCC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는 심지어 한 가문이 이사회를 100% 장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규제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한 가문이 75%까지, 두바이에서는 50%까지 이사회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상대적으로 관련법안이 잘 정비된 카타르는 오너가문이 이사회 의석의 30%까지, 바레인은 19%까지만 확보할수 있다. 문화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아랍인들은 사회의 핵심으로 가족 단위를 꼽는다. 아랍인들은 가족이 없으면 지역사회나 문화도 있을 수 없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아랍 가족 단위의 규모가 서구보다 훨씬 더 커 서구에서보다 더 큰 가족경영체제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경영권이 2~3세로 넘어갈 경우 가족 구성원이 수십명으로 불어나 경영권을 둘러싼 진통이 심각할수 있다는 것. 이번 조사에 참여한 초국적연구소(TNI)의 아메르 할라위 이사는 “중동 기업인들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 변화가 매우 느리다”며 “기업을 사유재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재정상태 공개 및 경영권 분리에 매우 배타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사파르 캐피털의 사발 알 비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열띤 토론이 오가는 아랍 기업의 주주총회장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지난 십 년간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투자자를 함부로 무시할 수 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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