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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회장 이후의 남북경협

그 동안 남북경협 사업의 중심에 서있던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아쉬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 합의와 남북경협을 위한 제도적 틀인 투자보장 등의 발효 소식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호전되는 시점이라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정회장의 불행을 계기로 과도기에 있는 남북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김대중 정부 출범초기에 북한은 우리정부와의 공식적인 대화를 거부했고, 당시 새 정부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천명했다. 고(故)정주영 회장의 개인적 의지와 북한의 호응이 맞물려 현대는 남북경협의 실질적 주체가 되었으며, 이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시작으로 연결됐다.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으로 인해 남북한 당국간의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며,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약 90회에 이르는 당국간 회담이 이뤄졌다. 남북한 당국간의 접촉은 `정경분리`의 의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당국간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역할도 수행했던 현대로서는 남북 경협기업 `현대`로 거듭나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의 전반적 재정난은 현대의 위상 약화를 가속화 시켰으며, 대북송금 문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북한 역시 최근 정부차원의 남북경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현대측을 주된 협력 대상으로 삼아 왔다. 이번 달 내로 이중과세방지, 투자보장, 청산결재, 상사 분쟁해결에 관한 남북간의 합의가 발효될 예정이지만 아직 남북경협은 많은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남북경협과 관련해 그 동안 북한이 보여준 행태는 경제협력사업의 성공보다는 남한의 일방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면,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우, 사업내용의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보다는 사업권 제공에 대한 대가 획득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육로관광 역시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은 출발점이긴 하지만 북한은 그 자체에 너무 큰 비중을 둔 나머지 사업내용의 개선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지난해 개성공업지구법 제정에 이어 지난 6월 30일 기공식을 갖기는 했으나, 북한지도부는 자신의 사업이라기 보다 현대를 포함한 남측에 대해 선심을 쓴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북한 핵문제의 와중에서 `민족공조`의 상징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적인 의도도 상당히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동안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 분양 단가와 입주기업의 수익성 등에 대한 구구한 평가가 제시됐지만 공단 조성 단가 절감을 위한 북한측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공단 조성에 투입되는 북한측 노동력의 임금은 북한이 책임진다거나, 조성이후 상당 기간 동안 토지 사용료 등을 면제해 준다거나 하는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한 것이다. 남북한은 남북경협 사업의 내용과 본질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초기의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모호했던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따지고 보면 현대의 불행도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뒤섞인 가운데, 현실에 비해 의욕이 지나쳤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교통정리는 남북경협에 대한 바람직한 여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필수요건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교육의 측면에서도 매우 요긴한 사안이다. 북한이 정치적 시각에서 남북경협을 활용하는 한, 경협의 지속과 성공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경제의 성공적 개혁도 요원한 것이다. 이 번 정회장의 불행은 향후 남북경협의 일정에 어느정도 차질을 야기할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계획되었던 평양에서의 체육관 준공식 행사도 지연될 것이며, 금강산 관광사업 개선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남북한간의 경제관계는 현재의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북한이 근래에 적극적인 시장지향적 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 핵문제 역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이 남한을 중요한 실질적 경협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이 남북한 경제관계 발전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남북경협은 고통스럽고 불확실했던 제1기를 지나 제2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경협 제1기의 선도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정회장의 명목을 빈다. <오승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ㆍ경제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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