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앞에는 전세계 팬들이 보내온 화환과 팬레터 그리고 먼로의 사진과 그림들이 놓여 있었다. 먼로의 두 번째 남편이었던 양키즈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는 자기가 사망할 때까지 매일 그의 묘에 꽃을 놓아 주도록 묘지 관리인에게 부탁했을 만큼 그를 사랑했었다.
먼로는 창녀의 헤픈 성적 매력과 세상 때가 안 묻은 어린 소녀의 순결을 완벽하게 함께 지닌 우리 세대의 수수께끼 같은 하나의 우상이었다. 그녀는 지적이고 결단력과 유머를 지녔으며 또 자기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한 배우였는데도 섹스 심볼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평생을 '덤 블론드'(멍청한 금발)로 오인 됐었다.
어렸을 때의 불행한 성장 과정과 섹스 심볼의 중압감 때문에 먼로는 늘 불안해 했다.
현실과 영화에서 뭇 남자들이 그녀를 원했는데 존과 바비 케네디는 번갈아 가며 먼로와 정사를 즐겼고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는 먼로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부남 토마스 이웰이 그를 갖고 싶어 안달을 한다. 미 지성의 대표자였던 극작가 아서 밀러가 먼로의 세 번째 남편이 됐을 때는 '두뇌와 육체의 결합'이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남자들이 욕심 낸 먼로는 어쩌면 그들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섹스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나는 자연대로 산다'고 한 먼로는 어둡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또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해 스크린의 섹스 여신으로 자신을 재생시킨 여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먼로는 제임스 딘처럼 죽어서 전설이 된 사람으로 죽음의 원인을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그녀의 모든 것은 의문이 잠복된 전설의 소재가 됐다.
'아스팔트 정글'과 '이브의 모든 것'에서 단역으로 나온 먼로의 출세작은 '나이아가라'. 여기서 그녀는 몸에 꼭 끼는 드레스를 입고 엉덩이를 좌우로 야단스럽게 움직여 가면서 걸어 '먼로 워크'라는 말이 나왔다. 먼로는 춤과 노래 솜씨가 뛰어나 여러 편의 뮤지컬에서 탐스러운 몸을 뒤틀며 춤 추고 노래를 불렀는데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에서 그녀가 부른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최고의 친구'는 들으면 화들짝 놀랄 만큼 섹시하다.
그가 드라마틱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영화는 남편 아서 밀러가 각본을 쓴 '미스피츠'다. 저물어 가는 서부에 바치는 비가로 먼로는 클라크 게이블과 공연했는데 그 어느 다른 영화에서 보다 먼로의 공허하고 무너지기 쉬운 내면이 잘 드러나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 영화는 먼로와 게이블의 유작이기도 하다.
몬로는 이 영화의 개봉 다음해 그녀의 전속사인 폭스의 '섬싱스 갓 투 기브'를 찍을 때 근무태만으로 해고 당한 뒤 얼마 안 돼 사망했다. 한편 먼로의 첫 남편으로 LA경찰서 형사였던 제임스 도허티가 지난 7월 13일 캘리포니아 샌라파엘에서 84세로 사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