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조명회사인 독일 오스람에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 등을 납품하는 A사는 올해 초 오스람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오스람이 납품 거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인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으로 AEO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회사로서는 AEO 인증을 받지 못하면 기존 거래가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A사는 올해 안으로 AEO 인증을 받겠다는 조건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A사처럼 우리 수출기업들이 AEO에 발목이 잡혀 수출계약을 취소하거나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AEO란 수출입 물류 관련 기업에 대해 물류 관리의 안전성과 법규 준수, 재무 건전성 및 내부 통제 시스템 등 여러 측면에서 관리가 우수한 업체라고 세관이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인증을 받은 기업은 수출입 물류 통관 시 서류 제출 면제와 화물검사 생략, 신속 통관 등의 혜택을 받는다. 국제 거래에 있어서도 세관으로부터 안전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만큼 기업의 무형적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인증기업은 우리와 AEO 상호인정협정(MRAㆍ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을 맺은 미국ㆍ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국내와 동등한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EO의 등장은 9ㆍ11 테러에서 시작된다. 9ㆍ11 이전 세계 각국 관세당국은 화물의 신속한 통관으로 물류비용을 낮추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9·11 이후에는 신속보다는 안전에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도입된 것이 AEO 제도이다.
현재 AEO 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ㆍ중국 등 54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무역량은 세계 무역량의 77%에 이른다. 아직 AEO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개도국에서도 현재 앞다퉈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AEO 제도는 이제 국제 물류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7일부터 3일간 한국 관세청과 세계 관세기구(WCO) 공동 주관으로 서울에서 'WCO 글로벌 AEO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AEO 제도의 발전과 국제적 확산 방안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된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관세청은 우리나라 AEO 제도의 우수성과 우리나라 AEO 공인 기업들의 안전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국ㆍEU 등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과 상호인정협정을 활발히 추진해나가면서 우리나라의 앞선 AEO 제도를 개도국에 적극 보급시킬 계획이다. 또 우리 수출 기업들이 해외에서 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통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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