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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월 23일] 나눔의 미덕

[데스크 칼럼/1월 23일] 나눔의 미덕 강창현 (산업부장) chkang@sed.co.kr 2009년 기축년이 시작된 지 한달 남짓, 설 대목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의 ‘살아남기’ 전쟁은 눈물이 날 정도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까지 초비상 경영을 선언,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이미 경쟁력을 잃은 조선ㆍ건설업종의 일부 업체들은 사망선고를 받았으며 링거를 꽂고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과거 몇 년 동안 불황을 몰랐던 기업들에 갑자기 들이닥친 경기침체의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아직 건실하다고 알려진 기업들도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해 체력비축에 들어갔다. 조직ㆍ경비ㆍ복지ㆍ임금 등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자는 게 요즘 기업들의 풍토다. 다음 차례는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줄이는 일이다. 고용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용통계에서 이미 일자리는 1만2,000명 줄어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민들에게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눈물 겨운 ‘살아남기 전쟁’ 이런 살벌한 풍경 속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경남 양산시 공무원들이 성과 상여금 중 4억원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과감히 쾌척한 것. 일용근로자ㆍ실업자 등을 포함해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사람 100여명에게 산불감시원이라는 삶의 터전을 제공했다. ‘철밥통’이라고 지탄받아왔던 공무원들도 경제위기 속에서는 더 이상 과거의 그들이 아니었다.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친다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정신으로 1,000여명의 양산시 공무원들이 제살을 깎아 재원을 마련했다. 경제회생을 위해 공무원들이 앞장서겠다는 각오”라는 오근섭 양산시장의 말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사람을 자르지 않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한 축으로 떠오른 잡 셰어링(job sharingㆍ일자리 나누기)을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 등 상당수의 기업들도 일자리 나누기에 합류하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의 화두까지 일자리 나누기였을까.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일자리 나누기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소니ㆍ도요타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감원에 나서면서 종신고용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온 나라를 불안에 떨게 하던 IMF환란 이후 최악의 고용한파를 겪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졸업 시즌인 2월 상황은 더 심각하다. 50만명가량의 신규 청년구직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다 회사에서 내몰린 사람들까지 가세하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취업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앞으로 경기회복기에 들어설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도 가지고 있다. 불황 때 인력감축을 한 경우 경기가 회복되면 훈련이 전혀 안된 인력을 새로 채용해야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를 극복한 경우에는 훨씬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그룹 CEO전략회의에서 어려울수록 인재발굴과 육성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도 일자리 나누기를 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인세ㆍ근로소득세 감면 등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기업들의 참여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환란 시절 정부가 인턴고용을 직접 지원한 것도 상당한 효과를 거뒀었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의 확산에는 아직 걸림돌도 많다. 과거처럼 노사 간의 불신이 상존하면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는 도리어 갈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나눔의 미덕, 즉 ‘내가 조금 손해 볼 수 있다’는 양보가 필요하다. 주고 받는 설이 되길… 또 하나 첨언하면 어려운 시절이지만 자그마한 설 선물이라도 주고받으면서 나눔의 미덕을 갖자는 것이다. 지난 연말과 마찬가지로 이번 설 대목도 완전히 실종됐다. 재래시장은 물론 백화점까지도 썰렁하다. 유통업체마다 할인에 할인을 거듭해도 소비자들의 닫혀진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과거 같은 풍성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부자의 대열에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그들이 움츠려 있으면 우리 경제는 소비위축이 생산위축을 부르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일단 소비가 늘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다.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를 한번 더 찾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하는 일이 되는 시절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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