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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입력2005-04-20 17:12:46
수정
2005.04.20 17:12:46
문병도 기자 <부동산부>
‘재건축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대형 주택업체를 대표하는 주택협회가 ‘집값만은 꼭 잡겠다’며 칼을 빼든 정부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이상 급등하면서 ‘집값 폭등’이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나온 건설사의 이번 자정 결의는 ‘집값 안정’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봤을 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천노력이 뒤따른다고 하더라도 건설사의 노력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 분양가를 주택업체가 마음먹은 대로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에서 공급되는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부분은 건축비가 아니라 땅값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땅값 비중이 더욱 높다.
4차 동시분양에 나오는 잠실2단지의 경우 24평형 분양가는 4억7,190만원이다. 이중 건축비가 1억3,987만원, 토지비가 3억3,203만원이다. 땅값이 건축비의 2.4배에 달한다. 건축비는 주택업체가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비중이 더 높은 땅값은 재건축 조합원들의 재산이기 때문에 조정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주택업체의 자정 결의는 왜 나왔을까. 정부의 정책에 대한 ‘화답’형식으로 이뤄졌지만‘일단 화살은 피하고 보자’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업체는 검찰수사에 세무조사, 특정업체 위협론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이 “주택업체가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등 시장불안을 조장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 건’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본때 보이기식’으로는 절대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주택업체의 ‘분양가 부풀리기’가 강남 집값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수급 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투기 대책에 대해 “정부가 부동산시장 세력을 너무 얕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집값을 잡으려면 장ㆍ단기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 투기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그래야 시장세력이 정부를 얕잡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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