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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 내이름은 난민, 얼마나 헤매야 눈물이 멈출까

獨 전면 개방-헝가리, 쿼터제 반발 등 유럽 수용 확대 나섰지만 국가간 이견

고령화 나라, 청년 노동자 늘어나 환영

자국민 일자리 부족 국가는 수용 난색

이해관계 달라 난민문제 해결 어려워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크루디의 비극적인 죽음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난민 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난민수용 확대를 시사하는 등 인도주의 차원에서 난민을 포용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난민들의 주요 행선지인 유럽에서는 독일로 대표되는 서유럽과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간에 이견이 첨예해지면서 꼬인 실타래를 좀처럼 풀지 못하는 실정이다. 독일은 국경을 전면 개방하며 난민을 무제한 받아들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일정 규모의 난민수용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철조망까지 치면서 난민 유입을 막고 있는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대한 난민 강제할당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언뜻 보면 경제적으로 풍족한 독일인들은 인도주의적이고 자비로운 국가로,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는 폐쇄적이고 인색한 국가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난민 문제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며 분열 양상마저 보이는 데는 복잡하게 뒤얽힌 정치·경제·사회적 함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각국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난민수용에 대해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이 인종 문제와 범죄 등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국경을 개방한 것은 단순히 과거 역사의 빚을 갚겠다는 독일인들의 책임의식이나 인정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심은 일자리와 인구 문제다. 누구보다 난민수용에 적극적인 독일은 심각한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 감소에 직면해 있다. 지금 속도라면 현재 8,100만명인 독일 인구는 오는 2060년 6,8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숙련된 청년 노동자가 갈수록 줄어 부족인력이 2020년 180만명에서 2040년에는 39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생산성 하락과 세수 감소로 이어져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독일 산업계는 일찌감치 젊은 이민자와 난민들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독일 재계를 대표하는 독일산업총연맹(BDI)은 "난민을 독일 노동시장으로 빠르게 흡수하면 상생할 수 있다"면서 난민을 환영했다. 다임러의 디터 체체 자동차제조 부문 대표도 최근 "난민 대부분은 젊고 교육을 잘 받았으며 동기부여가 높다"며 "우리가 찾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국제여론에 밀려 최근 난민수용을 늘리기는 했지만 줄곧 인색한 모습을 보여온 영국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약 6,400만명인 영국 인구는 꾸준히 늘어 2060년께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 출산율과 높은 이민율로 인구가 늘고 있는 영국 입장에서는 사회적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다수의 난민을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자리 사정도 난민에 대한 태도를 가르는 주 요인이다. 헝가리가 전 세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국의 일자리 문제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헝가리의 15~64세 외국인 취업률은 67.9%로 현지인 취업률인 58.2%보다 무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난민수용에 적극적인 독일이나 스웨덴에서 이민자에 비해 자국민 취업률이 훨씬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중동 등 외국인 난민과 이주민들이 제조업과 농업 부문 등 일자리를 다 차지해 자국민들의 일자리가 없어진 상황은 헝가리 정부가 사력을 다해 난민 유입을 막는 주요 배경이 됐다. 최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독일로 가려는 난민들은 물리적 안전이 아니라 독일식 삶을 추구하는 것뿐"이라며 "계속되는 난민 유입이 유럽 기독교 복지국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난민 문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인종·종교적 이유를 겉으로 내세웠지만 저변에는 헝가리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럽으로 들어오는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온 난민 수는 22만1,575명에 달한다. 이 중 12만 5,000여명이 그리스를 통해 들어왔고 이탈리아로 9만여명, 스페인을 통해 2,000명 정도가 유입됐다. 이 밖에 터키에서 육로로 들어온 난민도 2,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이 중동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출신이고 나머지는 소말리아·수단·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집계됐다. 난민들은 내전 등 오랜 전쟁으로 삶이 황폐해지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고향을 등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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