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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100일] ‘맞짱 리더십’에서 ‘수평 리더십’으로
입력2003-06-02 00:00:00
수정
2003.06.02 00:00:00
안의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어릴 적 별명은 `돌콩`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아 붙여진 별명이다. 노 대통령은 어릴 때 매우 가난했다. 열등감도 컸다고 스스로 회상한다.
한번은 그를 아끼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전교회장 출마를 권유했다. 노 대통령은 "쥐뿔도 없었지만 용기가 났다"고 회상했다. 4-6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작은 고추가 맵심더"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학생들은 그런 그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당차게 보여 결국 당선됐다.
노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나의 약점이다 싶은 것을 장점으로 활용해서 나름대로 이미지 선거를 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특장점은 정치활동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 한번 붙어보자!`는 `맞짱 리더십`이다. 1988년 정치입문 때도 부산에서 당시 가장 강하다는 허삼수 의원과 한판 붙었다. 이후 지역감정 때문에 그렇게 떨어지면서도 부산지역 출마를 고집했고 결국은 그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에 정면도전해 최대의 장점으로 반전시켰고 결국은 대통령에 까지 당선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특장점은 위기나 갈등이 첨예화할 때 가장 빛을 낸다. 청문회 스타였으면서도 청문회에 가장 불만이 많아 의원직 사퇴서를 냈던 점, 가까이는 드라마틱했던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노 대통령은 무엇인가 정상적인 시스템 또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성장해 온 것이 아니라 앞에 놓인 장애에 정면으로 부딪혀 자신이 깨지든지, 아니면 계속 부딪혀 앞에 놓인 벽이 무너지든가 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따라서 이는 문제해결 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강조하기 보다는 `한판 붙어`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취임초 그는 소장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그렇게 나오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했고 이후 여러 번 토론회에 나와 "한번 해 보자는 얘기인가요"라는 말로 "맞짱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러한 `맞짱 리더십`은 국가운영에 있어서는 `아마추어리즘`으로, `소 영웅주의적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 많다. 뭔가 시스템이나 조직, 구조로 일을 하려는 것 보다는 `정면으로 붙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는 식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요즈음 사회의 모든 갈등에 당사자로 나서고 있다. 특정은행이나 특정기업의 노사분규등 사사건건 모든 문제에 직접 이해당사자 또는 중재자로 개입하고 있다. 이 경우 그 충격은 바로 대통령에게 온다. 문제가 잘 해결되면 다른 분규 당사자 모두 청와대에 해결을 요구하게 되고, 잘 안되면 그 욕은 바로 대통령을 향한다.
새로운 시대,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리더십은 `수평적 리더십`이다. 그는 "새로운 시대는 군림하는 보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도하는 수평적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들이 청와대나 노 대통령에 바라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이다. 수평적 리더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상황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를 말한다.
모든 사안에 개입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방식으로 해결해 내는 방식이 `수평적 리더십`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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