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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28일] 누구를 위한 환율전쟁 종식인가

"G20 경주 합의로 환율논쟁은 종식될 것이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주 말 경주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막을 내린 뒤 우리 정부의 평가는 고무적이었다. 환율 '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는 글로벌 환율 논쟁을 봉합하는 데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주회의 이후 시장의 움직임은 환율전쟁 종식을 무조건 환영할 수 만은 없게 만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주회의의 결론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주회의 직후 원화와 엔화ㆍ유로화 등 각국 통화가 달러대비 일제히 강세를 보였으니 틀린 해석도 아니다. 결국 미국이 환율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다. 미국보다 더 큰 이득을 누린 것은 투기꾼들이다. 글로벌 투기꾼들에게 이번 G20 회의는 확실한 '선물'을 안겨줬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손가락질 받아온 중국 등 신흥국들이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인 통화절하 자제'에 합의하면서 달러화의 향후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제거된 것이다. 회의 후 구리와 콩ㆍ옥수수 등 상품시장에 일제히 자금이 몰리며 가격상승을 이끈 것은 이 때문이다. 달러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글로벌 유동성은 고수익을 찾아 앞으로도 원유와 금속ㆍ곡물 등 상품시장으로 몰릴 전망이다. 상품가격은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확률이 커졌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챙긴 미국과 투기꾼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율 확대의 대가로 미국과 사실상 타협한 중국 때문에 수많은 '패자'들은 통화강세와 원자재값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패자의 무리에는 한국도 끼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이번 경주회의로 환율전쟁이 끝날지도 의문이지만 '환율전쟁 종식'이 전세계 경기회복에 이바지할 환율공조가 아니라 투기꾼과 일부 강대국의 이득만을 의미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환율논쟁이 종식(?)됐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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