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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제자리 찾기


경제 부흥을 외치는 목소리가 있다. 각고의 노력으로 최근 몇십년간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더 매진하자고 한다. 1960년엔 국민 소득이 아프리카 가나ㆍ수단과 같았던 한국 경제가 지금은 세계 10위라고 말한다. 한국인이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有)를 순전히 무(無)로부터 창조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지위는 지난 50년간 급성장했지만 국제적 관점에서는 제자리를 찾은 것과 같다. 독일이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됐다가 다시금 주요국이 된 것이나 중국이 과거의 영광을 부르짖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한국인은 과거를 이야기할 때면 대개 부정적이다. 특히 바로 앞선 조선시대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망국의 역사에 대한 회한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분명 자랑스럽다. 아시아 최초 문명으로 추정되는 고조선(홍산문화)를 비롯해 고구려는 동북아 패자였고 백제는 황해를 '우리의 호수'로 부르며 주름잡았다. 주위 덩치들에 위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려는 세계사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문제는 조선인데 일부는 조선을 '소중화(小中華)' 의식에 찌든 문약한 시대였다고 혹평한다.



잊기 쉬운 것은 지금은 '소'가 눈에 보이지만 당시의 인식은 '중화'에 있었다는 점이다. 고도로 발달된 조선의 유학이 그 발상지에 버금가는 중화라는 것이다. 이후 중국이 야만족(청)에 굴복하자 소중화는 '조선중화'로 발전했다. 세계의 중심은 조선으로 이동했다. 조선 문화가 성황을 이룬 영조ㆍ정조 때 이야기다. 정조는 수도 이전도 염두에 둔 채 지금의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했는데 그 이름은 '화성(華城)'이다. 중화의 도시라는 의미다.

한때 수모를 겪은 후 그 민족이 이제 일어섰다. 경제ㆍ문화에서 다시 중심 국가가 됐다.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잠시 잃었던 위치로 되돌아온 것이다. 강국은 분명 한국 역사상 여러 번 해봤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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