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삼성토탈을 제5의 휘발유 공급사로 참여시키는 방안은 실효성이 의심된다. SKㆍGS칼텍스 등 4사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것이라지만 기본적으로 물량이 적다. 삼성토탈은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유사가 아니다. 나프타를 들여와 각종 화학제품을 만들어내고 그 부산물로 휘발유 같은 석유제품이 나온다. 생산물량도 많지 않아 기존 4사의 1%에도 못 미치니 국내 공급량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징성 이상의 시장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섞어팔기(혼합판매)의 무제한 허용은 강력한 후속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상에 가깝다. 무엇보다 주유소들이 값싼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독점공급계약 구조를 깨야 한다는 논리는 맞다.
하지만 SK주유소 간판을 달고 100% GS칼텍스 기름을 판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그 또한 문제다. SK주유소를 찾아온 고객에게 완전히 다른 회사 제품을 파는 것은 기존 관념하에서는 소비자 기만 행위이다. 껍데기는 현대차인데 모든 부품은 쌍용차인 것과 다를 바 없다. SK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도 이게 SK제품인지 S-OIL 제품인지 알 수가 없다. 가짜휘발유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폴사인제는 독점계약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외국에서도 일반화돼 있는 시스템이다.
특정 정유사 제품을 표시하는 주유소 폴사인제가 존재하는 한 이런 상황은 정유와 주유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유사 고유의 상표권을 훼손하는 문제, 정유사와 주유소의 사적 계약을 정부가 침해하는 문제도 당연히 제기된다.
섞어팔기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 경우에는 폴사인제를 지금처럼 공급자 브랜드가 아니라 유통업자 브랜드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