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국제 금융시장을 뒤덮었다. 그리스에 대한 72억유로(약 8조4,000억원)의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 시한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채권단과 그리스 간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낭떠러지를 코앞에 둔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치킨게임 속에 주요국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그리스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시장에서 제기되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그리스 위기가 세계 경제를 "미지의 영역(uncharted waters)"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해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18일(현지시간) 이날 폐막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총회가 열린 미 워싱턴DC에서 유로존이 과거보다는 그리스 위기에 보다 잘 대응할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리스 사태가 보다 악화되면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춤했던 그리스의 디폴트 논란이 재연되면서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특히 오는 24일 라트비아에서 열리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 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부도 위험에 한층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현재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 대비 3%포인트 이상 오른 12.51%를 기록했으며 뉴욕시장에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하루 사이에 755.45bp나 폭등한 3,402.63bp를 나타내 지난해 말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증시도 그리스 부도 공포에 1% 이상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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