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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상식] 가장 오래 남는 것

할리우드 영화 `나인야드`에서는 시체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오즈는 마음은 착하지만 가난한 치과의사로 악독한 아내와 이혼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옆집에 전대미문의 킬러 조지 튤립이 이사 오면서 그는 우연히 갱들의 암투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는 기꺼이 조지를 돕는다. 시체의 이를 몽땅 뽑아낸 후 조지의 치아구조와 똑같이 만들어준 것이다. 그 시체는 다른 시체들과 함께 불태워지고 조지는 서류상 죽은 것으로 처리됨으로써 일체의 감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경찰이 불탄 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사용한 것은 바로 시체의 치아 구조를 본뜬 것이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다고 해도 치아만은 타지 않고 남는다. 짐승은 죽은 후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지만 가죽이나 이름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치아이다. 박물관에 가면 뼈조차 삭아 뭉개진 시신의 형태에도 불구하고 이만은 고스란히 남아 전시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본다. 그리고 이의 생김새와 구조는 그 사람의 생전 모습을 추정케 하는 귀중한 단서가 된다. 이는 야수성과 공격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명화 중에는 이가 드러나 있는 그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1933년)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동물은 이 전체를 다 드러내고 있다. 배경을 모르고 보더라도 섬뜩함과 참혹함이 느껴진다. 흑과 백으로만 처리된 화면도 화면이지만 섬뜩함의 본질은 등장 인물들이 환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에 있다. 그림의 배경이 된 게르니카는 인구가 7,000명 밖에 안 되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이다. 스페인 반란군 프랑코는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의 지지에 힘입어 무차별 폭격을 했고 마침 그날은 게르니카의 장날이어서 떼죽음을 당했다. 피카소는 총대신 붓으로 그날의 악몽을 재현한 것이다. 이 그림은 프랑스와 미국에서 전시되어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렸고, 결국 반란군은 패배했다. 자칫 역사책 속에 몇 줄 기록만으로 남을 뻔했던 것을 피카소는 생생하게 그려 후세까지 알리는데 성공했다. 박재석 USC치대박사ㆍ뉴욕치대 임상교수ㆍ서울 청담동 미프로치과원장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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