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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불교와 기독교 융합 가능성 조명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김지하ㆍ석길암ㆍ임상희 등 지음, 모시는사람들 펴냄)


불교와 기독교는 동서양 혹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종교 사상이다. 이 책은 불교의 '화엄사상'과 기독교의 '하느님 나라'라는 동양과 서양의 키워드를 놓고 시인 김지하와 9명의 학자들이 두 종교간 만남과 융합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불교와 기독교는 그동안 상호 이해보다는 이질성이 더 부각돼 이들 간의 만남과 융합의 측면은 조명되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서 각 전문가들이 서로의 종교를 공부한 뒤 두 사상 체계를 이론적 차원에서 살펴보고 접점을 찾아본 비교 연구서라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칸트나 원효나 그들의 깨달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인식 주체에 대한 통찰이다. 객관에 대한 인식이 그저 백지상태의 주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하에 있는 주체에서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인식 주체로 초점을 전환하면서 칸트도 원효도 넓게 말하자면 진리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근대적 정신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할 수 있다."



"구약 시대의 예언자들과 불교의 원효는 전혀 다른 방향, 즉 전자는'대립'을, 후자는'통합'을 택했다. 그런데 그 선택은 모두 국민적 관점이었다. 양쪽의 국민들은 모두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억압과 착취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왜 전혀 다른 선택이 나왔을까. 이것은 어느 쪽이 선택을 잘 했느냐의 비교가 아니라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종교적 상황들과 인물들의 신념과 철학과 실천을 보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불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종교다. 반면 성서에서 종말은 인간, 역사, 사회의 참된 변화로서 '하느님 오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들은 기독교와 불교가 다양하고 개방적인 논의를 펼치면서 넓은 차원의 평화와 세계의 정체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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