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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사와 입주자들 간의 분쟁이 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건설사의 부실 시공에 대한 입주민들이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하자 보수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입주민과의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하자심사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636건으로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327건)의 2배에 달했다.
이달 초 대형 건설업체인 D사 본사 앞에는 2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시위를 벌였다. 부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인 이들은 분양 당시 건설사가 약속한 내용과 현재가 다르다며 분양가 인하와 특별혜택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자는 "건설사가 분양할 때 내건 뉴타운 추진, 인근 랜드마크 빌딩 건설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런 내용이 있어 주변보다 비싼 분양가를 인정했던 것인 만큼 분양가 일부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D건설은 올해 초에도 경기도 시흥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 시공에 하자가 있다며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여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또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H아파트 입주민들은 도시 기반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같은 지역 G건설의 아파트는 미계약분에 대한 할인분양을 진행하자 기존 입주민들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달라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 침체가 덜한 지방에서도 입주민과의 분쟁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A건설이 울산에 지은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A건설이 지난 2010년 분양 당시 132㎡ 이상 대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환매를 해주겠다는 혜택을 중소형 아파트에까지 확대해달라며 건설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건설사와 입주민 간 분쟁의 우선적인 책임은 건설사에 있다. 한 채에 4억~5억원이 넘는 상품을 팔면서 시공 하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보수만 해주면 끝'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입주민들과의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확정되지 않은 개발계획이라고 해도 분양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우선 사용하고 보자는 식의 광고와 홍보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할 때 조그만 글씨로 '계획'이라는 표시만 하면 상관없다"며 "미확정 상태라는 것은 소비자가 묻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부동산 호황기 때와 같은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최근 같은 침체기에는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을 감안해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에 솔깃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의 불확실이 커진 만큼 아파트 분양도 투자위험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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