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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원화절상에 삼성전자 순익 4% 사라졌다

■ 주요 기업 환율 영향 조사해 보니<br>IT·항공 등 현금성 자산 100억대까지 줄어 환율에 민감한 차업체는 감소폭 더 클 듯<br>수출기업 가격경쟁력 하락 이어 이중고 원高지속 전망에 내년 현금창출도 부정적

원.달러 환율이 다시 연중 최저치로 내려앉은 20일 서울 을지로의 외환은행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최근 들어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상장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 하락은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감소까지 초래해 기업들에는 이중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3ㆍ4분기 동안에만 현금성 자산이 2,589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3ㆍ4분기 전체 순이익(6조5,649억원)의 3.94%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ㆍ4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1개 주요 기업의 환율 효과를 조사한 결과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기업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3,149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3ㆍ4분기에 환율 효과로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4,310억원 늘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것은 정보기술(IT), 항공, 정유화학업종에서 두루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환율 효과로 현금성 자산이 103억원 줄었고 LG화학(-76억원), LG(-23억원), SK하이닉스(-33억원), LG전자(-192억원), 삼성SDI(-30억원), 한라공조(-37억원), 삼성테크윈(-18억원) 등도 감소했다. 또 KT&Gㆍ엔씨소프트ㆍGKL 등 일부 내수 기업들도 환율 하락으로 외화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현금성 자산이 일부 줄었다.

여기에 아직 분기보고서를 내지 않은 현대자동차 등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업계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상장사들의 보유 현금 감소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국내 수출 기업들이 해외 계열사 실적을 반영하게 되면서 달러 보유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최근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개별재무제표상으로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3ㆍ4분기보다 약 9,771억원가량 늘어났지만 해외 계열사들의 실적을 반영하면서 환율 악재 때문에 2,5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중순에 1,100원대 중반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평가실적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며 "또 일부 기업들의 달러화 보유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이 이를 상쇄시키면서 원화로 환산한 현금 보유액은 되레 줄어드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국내 수출 기업들이 유럽ㆍ아시아 등지에 현지법인을 잇달아 설립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취하면서 환율 리스크를 피했지만 원화로 환산했을 때 현금성 자산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3ㆍ4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자동차업종은 IT업종보다 현금성 자산의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은 미국ㆍ유럽ㆍ중국 등 현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한데다 외화 결제가 많아 환율 악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가 약 1,200억원, 기아차가 800억원가량의 매출 감소를 겪게 되는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현금성 자산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올 1ㆍ4분기에 환율 상승으로 현금성 자산이 669억원가량 늘어난 효과가 나타났었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이번에는 현금성 자산이 감소하는 반작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져 수출 기업의 현금창출에 부정적 여파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신인도 개선 등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원ㆍ달러 평균환율은 1,080원가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학균 팀장은 "내년 환율은 1,050~1,060원가량으로 내다보는데 원화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며 "환율의 절상이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과 현금 보유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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