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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개썰매 경주로 알려져 있는 아이디타로드. 영하 50도의 혹한과 시속 100㎞의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를 뚫고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출발, 결승 도시인 놈까지 1,821㎞를 인간과 동물이 한 팀을 이뤄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철인 경기다. 아이디타로드 대회에서 무려 네 번이나 우승 챔피언에 올랐던 수잔 부처의 독특한 썰매 개 훈련 방식은 이후 여러 번 회자되곤 했다. 그녀는 여느 선수들처럼 12시간 단위로 달리고 쉬는 것이 아니라 밤과 낮에 상관없이 4~6시간 간격으로 달리고 쉬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사실 그건 위험한 시도였다. 개들이 버틸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매우 인도적인 방식으로 훈련했던 반면, 그녀 자신은 수면 부족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두 시간만 자면서도 생사를 가르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의를 집중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로서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서25' 중 하나인 'EQ 감성지능'의 저자인 대니얼 골먼은 수잔의 성공 비결에 대해 탁월한 집중력과 이를 체득하기 위한 똑똑한 훈련법을 꼽았다. 다른 선수들도 수잔의 훈련법을 모델로 삼아 수없이 연습을 했지만 그녀만큼의 결실을 얻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히 반복적인 연습만으로는 남들보다 높은 집중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똑똑한 훈련법은 실수를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도록 도와주는 피드백 과정을 수반하는데, 바로 이를 통해 수잔은 자신과 개들의 집중력을 높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니얼 골먼은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페이스북 등 온갖 정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첨단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들보다 집중력을 체득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디지털 기기는 감각적이면서 순간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마련인데 이런 환경에 길들여지면 개인 스스로 필요로 하는 목표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본래 갖고 있는 주의력을 강화함으로써 탁월한 집중력을 가질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똑똑하면서도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주의력이 근육과 매우 흡사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속적이면서도 똑똑한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는 저자는 "우리의 마음 근육, 그 중 주의력은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잘 사용하면 점점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훈련법을 통해 주의력 근육을 개발하고, 새롭게 하며,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두뇌를 재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마음이 떠돌아다니는 산만함이 주의를 흐트리는 최고 요인이다. 저자는 집중력, 주의력을 키우는 방법의 하나로 명상을 권유한다. 특정한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인식의 흐름에 대해 주의력을 열어놓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의식적으로 하나를 내려놓고 다른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내면 세계에 대한 집중, 매일 만나고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집중, 그리고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다 큰 시스템에 대한 집중 등 세 가지 집중을 필수적인 집중력으로 꼽았다. 특히 시스템에 대한 집중은 리더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 리더가 주의를 기울이는 분야, 리더가 집중하는 특정한 주제나 목표들은 그것을 명시적으로 제시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주의력의 방향을 제시하는 '물결 효과'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한 에너지, 건설, 교육, 산업 등 인간이 만든 거대한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포착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도 시스템에 대한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중심을 잃으며 집중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저자의 조언은 새로운 세상에 대처하기 위한 실용적인 지혜를 선사해주고 있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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