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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온 뒤 작은 철강회사에서 잠깐 일을 했습니다. 고졸 출신이라는 사실이 스스로를 위축시키더군요. 기업대학 과정을 통해 상고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고 이론적으로도 단단히 무장된 기술인으로 거듭나겠습니다."(LG전자 고졸 채용예정자 조항현군)
9일 오후2시 경기도 평택시의 LG전자 평택디지털파크에서 이 회사 기업대학이 출범 기념식을 하고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1호 기업대학이다.
앞으로 고용부는 근로자들이 일터에서도 학습을 병행하며 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기업들에 교육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대기업에는 전체 교육비의 80%, 중소기업에는 전액이 지원되며 고졸 채용예정자의 경우 연간 3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은 후 실무에 투입돼야 기업이 지원 받을 수 있다. 재직 중인 근로자는 100시간 이상의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기존의 사내 대학처럼 교육과학기술부의 인가를 거쳐 학위 수여를 위해 과정을 운영하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오는 15일부터 3개 학부, 14개 학과에서 최대 120일간의 교육과정이 시작된다"며 "LG전자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기업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고용부는 또 유급휴가를 얻은 근로자가 이 기간 기업대학에서 수업을 받으며 임금을 받을 경우 최저임금의 120% 수준을 따로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가전서비스학과에서 하루 8시간씩 4개월간 교육을 받는 조항현(23)군은 "대기업이 나서서 고졸자를 품어 안는 모습이 신선해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며 "우선 가전분야의 훌륭한 기술 명장이 되고 싶고 종래에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LG전자 외에 현대백화점∙현대자동차 역시 내년 상반기부터 기업대학을 운영할 예정이며 그 밖에 7~8개의 대기업도 고용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학교 설립을 위해 정부와 논의 중이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영하 LG전자 사장은 "미래 인재 육성은 더 이상 과거처럼 지식과 기술을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유연함과 실용성을 견지해 일반 대학에 버금가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도 "한국 사회의 과잉 학력은 간판을 잣대로 사람을 뽑고 대우하는 기업들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늘 문을 연 기업대학이 인재양성을 통해 '뽀로로'와 '강남스타일' 같은 명품을 창조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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