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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문제많다] 재탕ㆍ뒷북 정책… 집값안정 의지 있나
입력2003-05-05 00:00:00
수정
2003.05.05 00:00:00
이철균 기자
“과거의 정책 중 일부를 되새김질하는 것 이외에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책은 늘 늦거나 빼놓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해 이후 정부가 부동산안정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그 효과는 채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이는 `주택가격 안정과 건설경기 활성화` 사이에서 정부가 위험한 외줄타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주택안정대책을 내놓고 있다. 무려 1년 이상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 셈이다. 분양시장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안정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분양권 1년 전매제한, 1순위 청약통장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대책은 분양가, 아파트값 안정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청약경쟁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 신규분양가는 1년 사이 평당 100만원 이상 오히려 급등했고 기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도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새로울 게 없다=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부동산안정대책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 기존 아파트시장, 토지시장의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분류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전국토의 16.4%, 거주 가능지역의 58%가 토지거래허가구역ㆍ투기과열지구로 묶였음에도 아직도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기준시가 인상,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 등의 조치 이후 시장은 매물급감ㆍ가격앙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은 뒤로한 채 그나마 반발이 적은 양도세 강화 등의 대책이 한계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13일 17.1%의 기준시가를 인상한 후 12월 중 아파트 값은 되레 2.1%가 올랐다. 토지시장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판교와 인근지역의 토지거래 허가건수는 151건.
이는 지난 한해 허가건수 387건의 절반에 해당한다.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건축허가를 받은 판교 인근의 국도변 땅값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되레 150만원이 올라 평당 600만∼700만원선에 형성된 상태다.
◇청약률만 안정시키면 된다(?)=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전매제한, 청약1순위 제한 등을 통해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청약률 완화 이외에 실질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가수요는 여전히 판을 치고 불법전매 역시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물며 일부 `떴다방`은 공개적으로 전매가능을 외치면서 수요를 유인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특히 분양가 규제 없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집값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일주일새 1억원이 상승한 단지도 나왔다. 지난해 이후 선보인 인근 단지에 기준한 분양가 책정관행이 올들어서는 미래가치까지 반영, 인근단지의 시세보다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는 것. 실제로 올해 서울 지역에서 분양된 131개 평형 중 67개 평형이 인근지역 평균 매매가보다 높았다.
결국 주택 수급불균형 상태에서 집값 상승의 메커니즘이 분양가 인상, 재건축 아파트값 인상으로 인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최소한 국민주택 규모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만이라도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며 “이들 아파트에 대해 공급자를 위한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 공급위축을 차단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과 중형 이상 아파트, 그리고 다주택과 1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차별화된 세제, 분양가 정책을 펼쳐야만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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