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1을 두기 전에 이세돌은 3분의 시간을 썼다. 제한시간이 10분인 바둑이므로 3분도 길게 느껴졌다. 여기서 어떤 정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바둑의 골격이 정해질 것이다.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목진석은 참고도1의 흑1, 3을 소개하면서 말했다. "가장 무난하고 상식적인 진행인데요. 어쩐지 이세돌이 이렇게 두지는 않을 것 같네요."(목진석) 흑11, 13을 보고 목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하귀의 실리를 확보해놓고 우변과 하변의 백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상당히 실질적인 착상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창호는 보류했던 백14를 드디어 두었는데…. "백16으로 미는 이 수순이 중요합니다."(목진석) 이 수를 두기에 앞서 참고도2의 백1을 서두르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흑은 2에서 8까지를 화끈하게 두어치우고 흑10(이곳이 공격의 급소라는 사실이 중요하다)을 두어 만족할 것이다. "특히 이세돌이라면 이렇게 과감한 변신을 할 공산이 크지요. 이세돌은 언제나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목진석) 백20이 놓였을 때 이세돌이 다시 뜸을 들였다. 흑은 꽉 잇든지 호구를 치든지 둘 중의 하나를 두는 것이 상식인데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손을 빼고 우변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요."(목진석) 손을 빼다니. 이런 자리를 손빼는 수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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