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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클린뱅크시대] 구조조정은 지속적 과제다

『먹구름은 지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짙은 안개속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다. 화약냄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H은행의 한 임원이 최근 사석에서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다. 그의 이 말은 현재의 은행산업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준다.퇴출과 합병, 감원 등 엄청난 화염을 뒤로한채 1차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은 은행산업. 은행이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말끔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온 길보다는 갈 길이 더 먼 탓이다. ◇구조조정은 종료되지 않았다=조흥-강원은행간 합병을 계기로 1차 은행구조조정 작업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도 솎아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2차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우선 조건부승인 은행들에 대한 뒷마무리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은행은 막대한 돈이 투입됐음에도 여전히 「안전지대」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더욱 그렇다. 경영정상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충북, 부산, 경남은행 등이 대표적 예다. 어떤 형식으로든 신속한 정리작업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언제부터 정부가 여기저기 눈치를 살폈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은행 아직 은행답지 못하다= 1차 외과수술은 끝났다. 그러나 우리의 은행은 아직 「은행」답지 못하다. 은행들이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외치지만, 현실에 와닿지 않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불만이 태산이다. 『기업적 가치에 따라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말도 그저 「목표」일 뿐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자금중개」 기능에 국한돼 있다. 손상호(孫祥皓) 금융연구원박사는 『보다 높은 수준의 은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은행 스스로가 기업정보를 창출하고,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업은행의 손병룡 워크아웃팀장도 『개별업체중심의 심사에서 업종중심의 심사로 변해야 한다』며 여신행위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FIRE SALE이 필요하다=고성수(高晟洙)금융연구원 박사는 『은행의 부실이 여전히 은행권에 머물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부실채권을 털기 위한 은행의 노력은 기껏해야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을 떠넘기는 것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은행권에는 여전히 수십조원의 부실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은행 스스로가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다. 高박사는 『은행이 스스로 부실채권을 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났을때 그을음이 생긴 물건을 팔듯(FIRE SALE), 부실채권을 헐값에라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주장하는 민간부분 배드뱅크 설립도 같은 맥락. 그러나 은행들은 이런 기술도, 노력도 부족하다. 노하우가 없으면 배워야 한다.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전문가를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없으면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북구와 멕시코 등이 우리보다 몇배 이상의 부실채권을 1년만에 털어낸 것을 거울 삼아야 한다. ◇은행장 월급을 올려줘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장도 「상업적 베이스」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장사꾼임을 선언한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행장에게 그저 정해진 월급이나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선진국 은행치고 한국의 은행장 만큼 대우를 안해주는 곳이 없다. KDI 관계자는 『행장이나 핵심 전문직원은 지금 연봉의 10-20배인 10억원은 줘야 한다』고 말한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외부전문가 영입은 사실은 그에 걸맞는 대접이 이루어질때 가능하다. ◇계획만이 능사는 아니다=은행들은 너나없이 각종 신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실천의지다. 연봉제가 대표적 예. 신뢰할 수 있는 직무평가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한 연봉제는 성공키 힘들다. 사업부제도 자칫 실적중심의 눈치보기로 변질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슈퍼뱅크」, 「클린뱅크」라는 말이 무얼 뜻하는지를 곰곰히 되씹을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은행을 거대한 공룡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슈퍼뱅크가 아니다. 「국제시장에서 주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은행」(금융연구원 高박사)은 클린·슈퍼뱅크의 의미를 정확히 되새기고, 이를 정확히 실천에 옮길때 가능하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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