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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어떤 경제민주화?

분배 개선해 소득 높여 일자리 창출·성장 이루고<br>현재의 주주자본주의 대신 공동 이익 자본주의로 바꿔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모두 주요 정책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다. 그래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던지 간에 경제민주화는 앞으로 5년간 추진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우리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서구학계에서 경제민주화는 정치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이 분야의 대표적 학자인 예일대학의 로버트 달 교수는 법인자본주의가 주주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심각한 분배 불평등를 초래했으므로 그 대안으로서 종업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자주관리를 제안했다. 2차대전 이후에 서독에서 종업원대표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감사회의에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를 시행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요체는 생산과 분배과정에 대다수 국민들이 공정하게 참여하는 것이다. 8.3%에 달하는 청년실업자, 육아 등의 어려움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고도 전업주부에 머무는 여성인력, 명퇴 이후에 재취업을 못하는 노령자 등을 합하면 거의 37%의 생산가능인구가 생산과정에서 소외돼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7%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의 최우선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유주의경제학에서 일자리는 투자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규제를 철폐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기업들에 왜 투자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시장수요가 부족해 물건을 만들어도 팔릴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출은 그래도 좀 늘어나지만 국내 소비는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는 소득의 함수이기 때문에 소비부진은 결국 다수 국민들의 소득이 정체돼 있음을 반영하고 바로 이 점이 경제민주화와 분배를 연결하는 고리이다. 정리하면 분배를 개선해 소득을 높여서 소비를 늘리고 그 결과로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이루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목표가 돼야 하는 것이다.

분배정의를 세우는 방법으로써 사전적으로 더욱 공정한 분배체계를 만드는 것이 부자 증세 등을 통한 사후적 교정에 비해서 더욱 효과적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의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이해당사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바꾸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는 단기이익을 극대화해서 배당을 많이 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익이 적게 나면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되고 신용평가가 강등되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경영성과에 대한 사회적 평가 역시 이윤을 많이 낼수록 좋아지며 사회적 책임은 부차적인 고려사항일 뿐이다.

이 제도하에서 기업은 임금과 납품단가를 최소화하고 고용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여야 모두 이러한 경영양태를 그대로 둔 채 법과 규제를 통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를 확대하려고 하는데 이는 기업의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되기 때문에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반발을 정치적으로 억누를 수야 있겠지만 기업의욕과 근로의욕이 떨어져서 경제민주화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 이윤 이외에 종업원ㆍ협력업체ㆍ소비자 등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제도이다. 이것이 매우 이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에 일본과 한국 등에 있던 제도이다. 기업은 평생고용으로 종업원의 생활권을 보호해주고 그 대가로 종업원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에 충성을 바쳤던 것이다.

이해당사자자본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회사의 정관에 포함시켜서 경영자들의 의식과 행태를 바꾸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그 다음에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사회적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경제ㆍ경영학계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영효율성의 지표라고 여기는 고정 관념 역시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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