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문화대혁명' 발생 가능성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정치개혁을 강조한 것은 견제 세력 없는 현재의 공산당 지도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의 경제 도약이 힘들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개혁ㆍ개방 30여년을 거치면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했지만 빈부격차ㆍ부패 등의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정치개혁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현재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 중인 호구제도 개혁, 의료 개혁, 국영기업 개혁 등 제반 개혁을 위해서는 기존 기득권층인 공산당 간부, 국영기업 등의 반발을 눌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 독립 등 정치개혁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원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시개발시 농민 토지 철거에 대한 합리적 보상 규정 등 소득재분배를 위한 개혁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회 공평과 정의를 증진하기 위해 교육ㆍ고용ㆍ의료 등 각종 사회적 혜택이 농민공 등 소외계층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12차 경제개발 5개년 규획(2011~2015년) 기간 동안 저임금에 기반한 수출 주도형의 경제성장 모델을 내수 주도의 성장 모델로 전환한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 등 일반 서민에 대한 사회보장 확대, 소득 증대 등이 긴요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는 사회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치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원 총리의 기본 철학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농민공은 현대판 신분차별제로 불리는 후코우 제도 때문에 도시에 수십년 거주하면서도 본래 도시민이 누리는 교육ㆍ의료 등의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같은 후코우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세제ㆍ재정 개혁이 뒤따라야 하는데 기득권층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의 정치개혁은 이들 기득권층을 제어하기 위해 사법부 독립성 보장, 공산당에 집중된 과도한 권력의 분산 시스템 구축, 언론의 정부 비판 감시 기능을 회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원 총리를 뺀 당 정치국 상무위원 8명은 공청단파ㆍ상하이파 등 계파를 불문하고 보수적 성격이 강해 원 총리의 정치개혁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표적인 보수파로 서열 2위인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서방 국가의 법률 체계를 모방하지 않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률체제를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가 주장하는 정치개혁이 개혁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는 있겠지만 보수파의 저항이 거센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