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상실의 시대, 자연과 인간의 회복 매체는 짚풀

세계적 설치미술가 양혜규씨 12일 리움서 개인전

소설 '코끼리를 쏘다'·'하늘의 뿌리'서 영감 얻어

최첨단 사회에 원시적 짚풀 사용… 인류학적 접근


"자연은 사실 문명에 대해 무심하고 때로는 무자비합니다. 그런 자연이기에 인류가 더욱 지배하려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예측불허한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코끼리는 평소에는 온순하다가도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설치미술가 양혜규(44·사진)가 오는 12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막하는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끼리를 쏘다 상(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라는 전시제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양혜규의 설명은 늘 잡힐 듯 말 듯 아리송하다. 미술가가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이니 설명은 사족(蛇足)이 될 수 있으나 현학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개념미술을 앞장서 실천하는 이가 양혜규다. 물론 예술가는 다른 의미의 철학가이기도 하지만. 양 작가는 "조지 오웰의 자전적 수필 '코끼리를 쏘다'와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끼리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순수한 자연을 의미하는 동시에 무너져버린 연약한 인간의 존엄성이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성을 지킬 수 있게 한 강력한 자연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양혜규는 신작 재료로 '짚풀'을 택했고 인조 짚풀로 만든 다양한 설치작품이 전시장을 가로지른다. "1년 전쯤 겨울 일본 가나자와에 갔다가 공원의 큰 나무를 지푸라기로 싼 것에 착안했다"는 작가는 "현대화한 최첨단 사회임에도 원시적인 지푸라기가 쓰이고 사람의 손길이 일일이 들어가야 한다는 인류학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했다. 상실의 시대에 자연과 인간의 회복을 호소하는 의미이자 원시성과 토속성의 회복 매체로 짚풀을 택한 그는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 러시아의 이슬람 사원을 형상화했다.

신작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2004년작 '창고피스'다. 양 작가의 초기작들이 포장 박스에 담겨 차곡차곡 쌓인 형태의 작품(?)이다. 국내외를 떠돌며 작업하던 젊은 작가의 초기작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했던 것을 궁여지책을 발휘해 설치작품으로 개조한 것. 이를 두고 "일종의 내 초상화"라고 말하는 양혜규는 "런던 레지던시에 있던 작품들이 짐이 되고 제거될 위기에 처해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그것마저도 안 팔리다 2007년 독일의 유명한 개념미술 수집가가 사 갔다"고 밝혔다. 그는 "시각미술은 재료·구성·스케일로 인상을 주고 내용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초라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독특한 소장가의 소유물이 됐다"며 "작품은 경건함과 상업성이라는 성속(聖俗)을 오가는 삶을 살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공간의 내부와 외부를 통하게 하는 블라인드를 소재로 향 분사기가 달려 있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작품 '성채', 작은 방울을 소재로 추상화한 인물상을 만들어 방울 소리가 청각까지 자극하는 작품 '소리 나는 인물' 등 회고전 성격의 전시는 양혜규라는 작가의 전반을 볼 수 있게 한다. 양혜규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2012년 독일 카셀도큐멘타 등에 참여했고 2008년 독일 '카피탈'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미디어설치작가', 아트팩트넷이 선정한 작가 순위에서 백남준·김수자와 함께 3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작가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