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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8월 3일] '좋은 일자리' 내주는 한국

대졸자와 청년실업자가 넘쳐나지만 기업들은 쓸 만한 연구개발(R&D)ㆍ기술인력을 찾기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고급인력난에 시달리는 분야도 전자ㆍ자동차ㆍ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ㆍ원자력ㆍ태양광ㆍ조선ㆍ플랜트ㆍ바이오 등 전방위적이다. 기업들은 인력채용 때마다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정작 쓸 만한 인재는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인도ㆍ필리핀 등 외국의 기술인력을 고용하거나 다른 국내 기업의 인력을 빼가는 편법도 기승을 부린다. 필요 인력을 스카우트해 오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기업이 있을 정도다.

고급인력난 '제조업 강국' 발목

그나마 주요 대기업은 일부 대학과 맞춤형 석ㆍ박사 과정 등을 개설해 필요한 인력을 입도선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견ㆍ중소기업엔 그림의 떡이다. 수주를 해놓고도 인력이 부족해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기업들, 핵심 기술인력이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부지기수다.

중견ㆍ중소 제조업체들은 더욱 힘들다. 중견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조선공학과 등의 인기가 높았던 시절에는 대기업이 아니라도 괜찮은 인력을 뽑을 수 있었고, 배를 만들기 위해 해외 설계업체 등에 엔지니어를 파견하면 곁눈질이라도 해가며 쓸만한 노하우를 익혀 왔지만 요즘엔 그럴만한 기술자를 채용할 수 없다"며 걱정했다. 핵심 기술인력이 노령화되고 젊은층의 기술력ㆍ노하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중국 등 경쟁국 업체들이 맹추격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같은 대기업도 해양 플랜드 석ㆍ박사급 인력 배출이 부족, 수학ㆍ공학ㆍIT 강국인 인도인을 상당수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수급 불균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줄을 이으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강국'의 버팀목인 R&Dㆍ기술인력의 질과 양이 부실해지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관차 역할을 해온 제조부문의 경쟁력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식이라면 한국도 제조업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거나 '자동차 빅3' 등 제조업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지위를 잃어가는 미국, 여전히 막강하지만 디지털TVㆍ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위력을 상실한 일본처럼 될 수밖에 없다.

재계 및 시장 전문가들은 고급 핵심인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꼽는다. 최근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복합적 융합, 그리고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대학이 가르치는 내용은 박물관에나 가 있어야 할 오래된 이론이라는 지적이다. 신입사원을 업무에 투입하려면 6개월 이상,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려면 3년 이상 급여와 교육연수비용을 써야 한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대학교육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대 진학자·기업 경쟁력도 '이류'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6명은 입사 지원자 중 뽑고 싶은 인재가 없다고 불만이라고 한다. 대학 교수들이 재임용을 위해 연구논문 실적에만 치중할 뿐 실제 교육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보니 대학을 졸업해도 능력이 부족한 인재들이 많다. 산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 수업의 질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는 것이 인재수급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공계 학과의 경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의대ㆍ한의대 등을 채운 뒤 공대ㆍ자연대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공대ㆍ자연대에 진학하는 인력이 이류면 향후 한국 제조업의 기술력도 이류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 등 고등교육의 시스템 개혁 없이는 우수 연구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대학, 기업,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젊은이들은 외국인들에게 3D 일자리를 내준 데 이어 '좋은 일자리'마저 내주기 시작했다. 수년 뒤 우리 젊은이들은 장차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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