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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UHD 바다로 뛰어든 '첫 번째 펭귄'


흐릿한 흑백TV 앞에 모여 앉아 박치기왕 김일의 프로레슬링 중계를 손에 땀을 쥐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중간중간 옥상에 올라가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 화질을 좋게 만드는 일은 필수 코스였다. 라디오가 만능이던 시대에 흑백TV의 등장은 단순히 그 존재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다.

그로부터 50년여 후 온갖 디지털 기기를 가정과 온몸에 장착한 현대인들은 점점 더 진화된 화질을 원한다.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대에 따라 전문가들은 실감형 초고화질(UHD)방송이 차세대 방송서비스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선뜻 UHD의 바다로 뛰어드는 방송사업자는 없었다.

이때 한국의 케이블TV가 가장 먼저 도전하는 '첫 번째 펭귄'을 자처했다. 천적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제일 먼저 남극의 얼음 바다로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의 대담한 도전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2013년 대한민국 케이블TV가 세계 최초로 두 채널을 묶는 '채널본딩'기술을 적용해 UHD 실험방송에 성공했다. 연이어 실제 가정에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4월에는 케이블TV 업계가 공동으로 준비한 세계 최초의 UHD 전용채널 유맥스(UMAX)가 공식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UHD 채널 고객도 탄생했다. 후발주자였던 국내 방송산업이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선진국에 앞서 세계최초로 UHD 상용화를 이룬 것은 미디어 역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인 사건이다.

케이블TV 업계의 도전은 방송 본질을 꿰뚫는 하나의 확신을 통해 가능했다. 방송시장과 방송기술의 발전에 있어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방향성이 있다면 그것은 '화질의 진화'라는 것이다. 방송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시각적으로 '더 선명하고 실감 나는 방송'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흑백에서 컬러TV로 표준화질(SD)에서 고화질(HD)로 다시 UHD로의 발전은 방송기술의 진보인 동시에 선명한 영상을 즐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미디어 본능에 따라 노력한 결과물이다.

케이블TV 업계는 2017년까지 총 7,000억원 규모의 설비와 콘텐츠 투자를 통해 UHD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UHD방송은 교육·의료·문화·스마트워크 등 다방면에 활용되며 콘텐츠와 방송·장비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창조경제와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UHD 바다로 뛰어든 첫 번째 펭귄이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적절한 UHD방송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방송산업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거쳐 시청자로 연결되는 산업생태계의 가치사슬이 역동적으로 순환할 때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특히 상용화 초기의 UHD 콘텐츠 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케이블 SO는 물론 지상파·케이블채널·IPTV·위성방송·가전업체 등과의 폭넓고 조화로운 협력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절한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국내 방송산업과 정부는 이미 아날로그와 SD방송을 HD급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다.

세계 최초의 UHD 상용화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한민국 방송산업이 치열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제 국내 방송산업 생태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의 무리를 대표하는 '첫 번째 펭귄들'이 UHD 바다로 뛰어들어야 할 차례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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