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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재위 60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인 마음 사로잡은 리더십은 겸손

■ 퀸 엘리자베스(샐리 베덜 스미스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br>이단 취급받던 나환자와 악수 무일푼인 사관생도와 결혼 등<br>왕실 관습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신의 몸 낮춘 서사시 같은 삶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 사상 국정 운영의 첫 여성 수장이 된 박근혜 대통령까지. 바야흐로 여성 리더십이 다시금 조명 받기 시작했다. 여성 지도자들은 세계사에서도 쉬이 만나기 어렵고, 그들의 차별화된 리더십은 종종 세계의 역사가 되곤 한다. 남성 못지 않은 강단과 카리스마로 총리직을 세 번이나 연임하며 국민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영국의 대처 전 총리,'엄마'라는 애칭은 물론 퇴임 시 지지율 80%를 기록할 정도로 특유의 섬세한 정치로 사랑 받았던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이 그러했다.

그리고 또 한 명, 지난 60년 동안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세계 뭇 여성 지도자들에게 또 다른 본보기가 되고 있다. 1952년 스물 다섯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지난해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다이아몬드 주빌리'행사를 치렀다. 영국 왕정 역사에서 재위 60년을 넘긴 두 명의 왕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16세기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며 영국을 유럽 최빈국에서 최강국으로 키운 엘리자베스 1세와 이름이 같아 2세로 구분해 불리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인 저자는 이 여왕의 삶에 돋보기를 대고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대통령부터 갱부까지 각계각층을 포용해야 하는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여왕의 삶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저자는 여왕의 평전을 위해 250명이 넘는 여왕 주변의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100여 권이 넘는 책과 미공개 자료들을 검토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여왕을 직접 만나 그녀의 성품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사실상 영국 왕실이 공식 인정한 전기로, 모두 21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지금까지 여왕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뿐 아니라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관한 일화 등 어디에도 노출된 적이 없는 내밀한 이야기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여왕이 왕실 관습을 거스르고 결혼 상대로 무일푼 사관생도(현 에딘버러 공작)를 선택한 사연, 성형을 거의 하지 않은 이유 등 베일 속에 가려졌던 여왕의 사생활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여왕이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자신의 삶을 위대한 배우처럼 연기해냈다"면서"여왕의 불가사의하고 위엄에 찬 겉모습 뒤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또 다른 여인'이 숨어 있다"고 표현했다.

저자는 또 늘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결코 화려하거나 오만하지 않았던 여왕의 리더십을'겸손의 리더십'이라 말한다. 여왕이 60년 넘게 국민의 신임을 지켜낸 비결 역시 이 리더십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여왕은 국민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온 전통을 탈피하고 보다 가까이에서 호흡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가감 없이 낮췄다. 1955년 2월, 여왕은 나이지리아 나환자촌을 방문했다. 당시에는 나환자가 이단자로 취급 받을 때였다. 여왕은 나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던 주민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완치된 나환자와 악수를 나눴다. 젊은 여왕의 이 같은 정경은 뭇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전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여왕이 평소 극장에 갈 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객석 조명이 꺼진 뒤 게 걸음으로 입장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겸손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간다. 그는"엘리자베스 2세는 국왕으로 재임하는 동안 비범함과 인간적인 두 면모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며 단순히 통치가 아닌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여왕의 행적을 차근차근 그려나간다.

반 세기가 넘도록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왕위를 이어온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리더십의 근간은 무엇인지,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그의 삶과 발자취를 조용히 따라가면 불현듯 깨닫게 된다.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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