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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했던 촛불운동이 이젠 횃불로 변질"

시인 김지하 산문집 '소곤소곤…' 출간


'조직도 없고 지도자도 없고 명령자도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했던 촛불시위는 동서양의 역사에 단 한번도 없었던 우주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1885년 김일부라는 사람이 쓴 '정역(正易)'에 이미 그 징후가 나와있다. 후천개벽이 기위친정(己位親政)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맨 밑바닥에 있던 것이 임금 노릇을 한다는 뜻입니다.' '생명사상'을 주창해 온 시인 김지하 씨가 4년 만에 쓴 산문집 '소곤소곤 김지하의 세상이야기 인생이야기'(이룸 출판 펴냄, 전 4권)의 '촛불 횃불 숯불' 중 한 대목이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은 "촛불은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정화수를 떠 놓고 자식들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빌 때의 순수함이 담겨있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했던 지난해 촛불시위는 폭력 없이 질서를 유지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그러나 후에 이른바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불순분자들이 끼어 들면서 촛불은 '숯불'이 되고 '횃불'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숯불은 고기를 구울 때 쓰고, 횃불은 목적을 갖고 훤히 밝힌다는 의미를 담은 은유적 표현이다. 그가 말하는 숯불과 횃불들은 민주화 운동권과 진보 단체들을 일컫는다. 그는 "이른바 '꾼들'인 숯불, 횃불들의 조작에도 불구하고 촛불세대는 현명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있을 때 마다 촛불은 지긋지긋하게 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힘 없고 약한 '촛불'은 그의 연작시 '못난시들'의 탄생 배경이 됐다. 그는 "조직이나 지도자도 없고 명령도 없어 엉망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촛불시위가 비폭력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못난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며 "문명의 대세가 동북아로 넘어오고 있는 시점에서 촛불시위는 한국의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쓰인 시집은 '못난 시 1'로 시작해 '못난 시 921123', '못난 시 0.00009', '카페 도밍고-못난 시 끝' 등을 거쳐 '못난 시-진짜진짜 마지막 못난 시'로 끝이 난다. 시에 붙은 번호는 그가 생각나는 대로 붙인 아무 의미 없는 숫자다. 편하게 읽히는 시들이지만 시집 전반에서도 평생 몰두해온 민족문화운동가, 생명사상가로서의 철학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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