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평가원은 전일 법원이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를 인정한 데 대해 공식 입장과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상고 여부조차 확정 짓지 못했다.
교육부는 "이번 판결은 해당 수험생들의 등급 산정과 입학 사정, 대학 입학이 모두 마무리된 지 반년 이상이 지난 가운데 나와 다양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며 "출제 당사자인 평가원 측과도 협의해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출제오류 판명 이후의 처리에 대해서도 "모든 문항을 정답 처리할지, 문제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할지 등 정답 범위의 인정 여부부터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평가원 측은 판결 당일에 이어 이날도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끝나야 상고 여부나 공식적 입장이 정해질 수 있다"고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교육당국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확성과 신뢰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수능 문제의 오류 판결로 수험생들의 피해와 대학입시의 혼란이 야기된다"며 "당국이 조속히 후속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의 피해와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어 반복되는 출제오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능을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수준 평가로 전환하는 등 대입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출제오류가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소송 결과에 따라 큰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평가원은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했다"며 "소송에 기대기보다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오류 파문에 대한 대책으로 8번 문제가 틀린 데 따른 등급 하락으로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된 경우 정원 외로 추가 구제하는 방안과 당락에 미친 영향을 증명하기 어렵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수능 난이도 조정 등 대증적 처방으로만 이어질 경우 오류 파문은 앞으로도 거듭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입 제도의 예측과 준비가 가능하도록 수능·내신·논술·면접 제도의 유기적 보완과 같은 근본적 제도 개혁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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