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염라대왕'만 남는 사회

최근 40세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 보증을 잘못 섰다가 660만원의 빚을 졌다며 한 지방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28세 젊은 여성도 1,300만원의 빚이 과도하다며 역시 법원에 개인파산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시가 400만원 상당의 차를 소유한 39세의 한 남성도 보증채무 1,200만원에 대해 법원에 파산을 요청했다. 지난해 개인파산신청자가 10만명을 넘어섰고 개인파산면책승인율은 99%까지 올라갔다. ‘빚이 많으면 파산신청으로 면책을 받으면 된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채무불감증과 개인파산 만능주의가 젊은 층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20대 후반의 한 대학생은 “주위에 빚을 지고 파산면책받은 친구를 보면서 나도 파산을 신청해 보상받기로 했다. 다음달까지만 보완책이 안 나오면 나도 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돈이 필요하다고 대출을 받아간 고객이 두달 후 개인회생을 신청한다며 채무확인서를 받으러 왔다. 요즘 젊은이들이 돈 갚는 걸 너무 쉽게 포기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채무탕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개인의 채무불감증이 소규모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최근 전남 신안에 있는 흑산농협이 파산을 신청했다. 조합원 100여명이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을 신청해 이중 70여명이 개인파산ㆍ개인회생선고를 받았다. 70여명의 면책결정으로 흑산농협은 60억원의 빚을 못 받게 돼 결국 파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조그만 금융기관들이 조합원의 개인파산으로 파산 위기에 몰리는 파산 도미노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면에는 브로커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법무사자격증을 빌려다가 7~8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광고를 통해 신청자를 모집하고 300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로부터 4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됐다. 세상은 점점 돈과 신용의 위력이 커지고 있다. 신용은 양날의 칼이다. ‘빌릴 때는 모두 부처님, 갚을 때는 염라대왕’이라는 속담처럼 우리 사회에 신용불감증이 만연하게 되면 부처님은 사라지고 염라대왕만 남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