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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雙規(솽쿠이)와 판도라 상자


8,000만명에 이르는 중국 공산당원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는 것이 있다. 바로 당 기율검사위원회가 문제의 당원을 조사하는 말을 일컫는 '솽쿠이(雙規)'다. 수사관이 시간과 장소 등 두 가지를 정해 소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식 사법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행해지는 조사 단계로 한번 대상자로 찍히면 변호인은 물론 친지, 동료 등 어느 누구도 접근이 불가능하며 어디서, 어떻게 조사받고 있는지가 철저히 불문에 붙여진다.

개혁ㆍ개방 이후 공산당 내부 부패가 만연하자 이를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990년대 초 '공산당 기율검찰 공작조례'에 삽입된 조항이지만 조사 대상자를 몇 달이든 홀로 가둬 둘 수 있는 초법적인 무소불위의 조치인 것이다. 솽쿠이에서는 종종 대상자에 각종 증거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들이대며 고문 등의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최고지도부 중 한명인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 실각설 등 중국 내부의 온갖 권력 투쟁설이 난무하는 이유가 바로 이 솽쿠이 절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일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정치국원에서 해임하며 심각한 당 규율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는데 바로 이것이 솽쿠이인 것이다. '금지된 성(Forbidden city)'으로 불리는 자금성처럼 아무도 모르는 구중궁궐에서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이들 기율검사위 곳곳 라인에서 은밀히 흘러나오는 구전들이 여과 없이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인터넷상에 나돌았던 베이징 쿠데타설도 보시라이 부패 전말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다롄스더그룹의 쉬밍 회장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저우 서기와 원자바오 총리 간의 물리적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보시라이를 지지해온 저우 서기는 자신이 총괄하는 사법ㆍ공안 세력을 동원해 먼저 쉬 회장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원 총리의 지시아래 기율검사위가 쉬 회장의 신병을 다시 되찾아왔다는 것이다.



저우 서기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정세를 만들기 위해 보시라이 관련 주요 인물들이 솽쿠이 절차로 넘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손을 쓸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보시라이를 비롯한 40여명의 관련자들이 베일에 가려진 채 당의 비밀 조사를 받는 처지에 몰리면서 저우 서기의 정치적 운명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져 있다.

이번 보시라이 사건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가 그 불투명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얼마나 쉽게 내부 분열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정 정치인의 비리가 검찰과 사법부라는 공개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 내부에서 비밀리에 수사될 때 정파 간 권력 투쟁의 도구로 십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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