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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휘발유 가격이 지난 19일 리터당 2,219원20전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사상 최고치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휘발유 가격이 움직이는 것. 보통휘발유 가격도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19일에는 리터당 1,986원60전으로 올해 가장 높았다. 역대 최고치인 1,993원10전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와 미국 등의 경기호조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유가에 서민들은 속수무책이다.
급기야 20일에는 국회의원들까지 유류세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유류세 인하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추세적으로 유가가 오르는데 세금을 낮추다가는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논리인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론까지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면서 끝까지 저항할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부가 유류세 10% 인하에 나서야 한다"며 "이란 제재 등으로 국제유가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폭등해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최근 2년간 유류세수도 늘어 세금인하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통계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정부가 거둬들인 유류세 규모는 18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 대한상의 보고서에는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는 리터당 74원60전, 경유는 52원90전 인하돼 소비자물가가 0.1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도 당국이 2008년 한시적이나마 유류세를 10% 낮춘 적이 있었던 만큼 정책방향에 따라서는 충분히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의 키를 쥔 재정경제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 정도 되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세적으로 유가가 오르는 것은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 세금감면을 통한 재정으로 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휘발유값이 오르고 있기는 하나 국제유가가 아직 '쇼크'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세금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16일 "아직은 유류세를 내릴 필요가 없다"며 "휘발유 가격이 지금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결국 내려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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