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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카우가 흔들린다] 불황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

IMF때 선택과 집중 성공한 기업들 새 강자로 떠올라


글로벌 불황이 확산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기는 강한 기업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 1997년 구제금융사태와 이를 전후한 대기업 부도사태는 우리 산업계에 일대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기업들은 10년 후 산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러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올 초 발간한 ‘한국의 기업경영 20년’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정구현 소장은 “1997년 당시 30대 그룹의 절반 이상이 부도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체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전략과 함께 사업영역에서도 질적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 부도가 연이어 터졌다. 거대 그룹은 정부 등이 절대 망하게 내버려둘 리 없다는 이른바 ‘대마 불사’론이 깨지기 시작한 것. 그해 재계 8위에 올라 있던 기아자동차의 부도는 정신적인 충격마저 던져줬다. 이 시기 쌍방울ㆍ해태ㆍ뉴코아ㆍ한라 등 탄탄하다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1999년 8월에는 대우 계열사 12개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기업 부도는 절정을 이뤘다.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전문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보는 차입경영을 통한 다각화 작업으로 수년간 상아제약ㆍ삼화상호신용금고ㆍ유원건설ㆍ대동조선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했다. 결국 부도 당시 한보철강의 차입금은 5조원에 달했다. 대우도 총수가 직접 ‘문어발 경영’을 외치며 외화 차입으로 해외법인 인수에 나섰지만 외환시장이 급격히 악화되자 곧바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대우의 총 부채규모는 1999년 말 62조원에 달했다. 기아차의 차입금 규모도 9조7,000억원이었다. 궁지에 몰린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삼성그룹의 경우 1997년 59개였던 계열사를 1년 만에 40개로 줄였다. 신규 사업은 제외하고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사업은 즉각 정리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삼성은 이후에도 매년 사업별 경쟁력 평가를 위해 상시적인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사업 정리 등을 거치면서 1997년 366%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2년 만에 166%로 낮아졌다. 삼성은 결국 독보적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처럼 사업분할과 매각 등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또 인력을 절감하고 성과 중심주의를 확산시켰다. 정부와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과 법제도 개선도 신속히 이뤄졌다. 정부는 7개 업종 빅딜을 추진하고 은행을 통해 52개 정리대상 기업을 발표했다. 그 결과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지고(하이닉스반도체) 삼성자동차 등 18개 기업이 청산됐으며 청구ㆍ해태 등 11개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4월 30대 그룹 명단은 10년 후 절반이 바뀌었다. 거꾸로 얘기하면 어떤 기업에는 위기가 향후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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