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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배려와 동행 필요한 장애인 정책


몇 해 전 시각장애인의 국악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앞을 못 보는 어린 학생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면서 그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을 생각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끝나고 나서 이들에게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여름에는 해수욕장에, 겨울에는 눈썰매장에 가고 싶다"는 예상 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내 스스로 복지란 바로 '배려와 동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그때였던 것 같다. 이들에게 해수욕장과 눈썰매장에 가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배려'지만, 눈썰매를 밀어주고 그들과 함께 즐기고 놀아주는 것은 '동행'이다. 장애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물질적 지원' 뿐 만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현재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50만명에 이른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국제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0%인 480만명 정도가 장애인이라고 한다. 얼추 그 가족들 수까지 감안하면 우리는 이미 '장애인 천만 시대' 살고 있다. 이제 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자 '평범한 이웃'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이틀 전 민주통합당은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와 동행'을 실천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정책들을 모아 '일곱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우선 대통령 직속으로 '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해서 장애인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관리할 것이다. 더불어 장애인연금을 현실화하고 장애인들의 건강권과 이동권을 보장할 것이다. 또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여성과 소수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체계와 함께 장애인의 수요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도 마련하려고 한다. 또 최고의 장애인 복지는 일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장애인 직업훈련과 일자리 창출에도 많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과 배려는 사회적 동행이 수반될 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의 정책이 발표된 다음날 언론보도를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수개월을 준비해서 마련한 장애인 공약이 철저하게 외면되는 언론환경이 안타까웠다. 장애인의 알 권리는 무시돼도 괜찮은 것인가. 장애인들과의 동행은 국민 각자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조그만 일부터 실천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은 관심이 동행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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