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경제 다시 R의 공포] "삼각파도 몰려온다" 투자자 안전자산에 돈 묻어놓고 버티기

일본 '잃어버린 10년'과 자금흐름 유사<br>독일 2년물 금리 마이너스 등 국채 쏠림 과열<br>위험 자산선 손빼 원유·구리값 등 급락




지난 5월 미국의 신규 노동자 수가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만9,000명에 그친 고용지표 '쇼크'는 투자자들의 공포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도화선 역할을 했다.

2년 넘게 끌어온 유럽 재정위기와 차갑게 식어가는 신흥국 경기에도 불구하고 내수 호조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마저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새삼 일깨웠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와 스페인 같은 유럽의 문제들이 미국 경제에 좀 더 분명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지적했다. 유럽과 신흥국 침체로 흔들리던 글로벌 경제호(號)에 미국 경기 둔화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집채만 한 삼각파도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흐름을 살펴보면 1990년대 이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과 여러 모로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지 않음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놓고 '버티기'에 들어가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우선 투자자금의 국채 쏠림현상이 과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미국과 독일ㆍ영국ㆍ프랑스ㆍ네덜란드ㆍ핀란드ㆍ오스트리아 국채 값은 사상 최고치(국채금리 하락)를 일제히 갈아치웠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37%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5%선 밑으로 떨어졌고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123%로 낮아졌다. 이 밖에 영국(1.431%), 네덜란드(1.482%), 프랑스(2.088%)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또한 독일 2년물 국채의 경우 금리가 -0.012%까지 수직 하락해 최초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수익은커녕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안전한 국채에만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도이체방크의 제럴드 루카스 수석 투자어드바이저는 "투자자들이 수익률 1.5%도 안 되는 국채로 몰리는 것은 일본과 같은 초장기불황이 머지않았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 수준이지만 더 큰 손해를 입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위험자산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특히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 속에 원유 등 상품 값이 급락했다. 이날 런던 선물시장에서 7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3.4% 하락한 배럴당 98.43달러에 마감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선을 지키지 못했으며 7월 인도분 구리 값 역시 1.5% 떨어진 파운드당 3.3135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금값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해 달러 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3.7% 급등한 온스당 1,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politics) 리스크'에 시달리는 유럽이나 뚜렷한 경기부양책을 찾기 어려운 신흥국과 달리 미국 경제가 아직은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경기 전망을 뜻하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여전히 50을 넘겨 확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와 관련해 "올겨울 이상고온현상으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단기간에 회복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미 경제가 아직은 회복 사이클 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사태와 연말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경기가 다시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