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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협상등 앞두고 한·미FTA주역 다 떠나

"통상시스템 부실" 비판<br>협상타결 2주도 안돼 손털고 자리옮겨<br>노하우 전수·전문가 육성등 소홀 드러내

지난 1월 중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열린 서울 신라호텔. 김종훈 수석대표는 힘 빠진 목소리로 “고생해도 낙이 없다”며 타 부처의 한 고위관계자에게 푸념하듯 말했다. 2월로 예정된 외교통상부 인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한미 FTA 수석대표에 앞서 부산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까지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온 김 대표는 내심 당시 인사에서 배려를 기대했다. 협상시한이 두 달쯤 남았지만 공식 발령과 부임에 적잖은 기간이 필요한 대사직 특성상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사권자가 오해와 구설 등을 우려해 잡아뒀던 협상의 최고 주역인 김 대표도 이제는 짐을 싸고 있다. 그는 오는 8월 외교부 정기인사에서 해외공관 발령을 바라보고 있다. 한ㆍ유럽연합(EU), 한중 FTA 등을 앞두고 한미 FTA 협상단이 모두 떠나고 있다. 협상단의 주요 간부 중 상당수는 협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는커녕 양국이 협정문에 사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당직을 떠났다. 한미 FTA 지적재산권분과장인 이건태 외교부 지역통상국장은 3월 스위스 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에 임명됐으며 환경과 노동 2개 분과장을 겸임했던 박석범 외교부 국제경제국장 역시 방글라데시 특명대사로 발령이 났다. 자동차분과장을 지낸 김해용 외교부 심의관도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으로 인사 명령이 난 상태다. 간부급이 떠나면서 외교부 내 핵심 실무진도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외교부뿐 아니라 협상단의 또 한 축이던 경제부처 관계자들도 한미 FTA와 통상협상에서 손을 털고 있다. 재정경제부에서는 분과장을 맡았던 간부 두 면이 이미 보직을 갈아탔으며 다른 간부들도 인사이동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농림부 정도가 예외일 뿐 이런 사정은 산업자원부ㆍ노동부ㆍ보건복지부ㆍ정보통신부 등도 마찬가지여서 분과장이나 협상에서 핵심 업무를 맡았던 인사들이 담당업무를 떠났다. 자리를 옮긴 일부 인사는 통상과 전혀 상관이 없는 직책을 맡기도 했다. 순환근무를 하는 관료를 마냥 묶어둘 수는 없지만 협상 타결 2주도 채 안 돼 협상단이 다 떠나는 것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한미 FTA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가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면서 한ㆍEU, 한중 FTA 등 굵직한 협상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전쟁에 비견되는 국가간 통상협상에 노련하고 실력있는 전사들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과 청문회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협상단 주요 관계자들이 이탈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ㆍEU 등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 강화 및 노하우 전수, 전문가 육성 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통상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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