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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사진 왼쪽부터)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장 없이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3년제인 로스쿨은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을 뽑아 폭넓은 식견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다. 과도기인 지금은 변호사가 되려면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시험에 붙어야 한다. 하지만 사법시험은 2018년 완전 폐지되고 그 후에는 로스쿨 졸업생만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다. 즉 '변호사 예비시험제'는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제도다.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경제적 약자에게 법조계 진출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사법고시의 폐해를 반복할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찬반 양측의 견해를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찬성
로스쿨 부작용 개선·보완 위해
법조인 양성 통로 다양화해야


법률가가 되기 위해 학벌ㆍ재력 등 상관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던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조인 선발 체제를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에 의한 선발'이라는 취지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는 고비용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법조인 진입을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부실한 교육과정으로 인해 로스쿨 졸업자의 실력 부족을 초래하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로스쿨 입법취지와는 정반대로 수도권과 지방 로스쿨 간 서열 고착화를 가져오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로스쿨 수료를 위해서는 연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과 필요한 기타 비용들까지 합하면 3년간 1억원을 훨씬 넘는 돈이 소요돼 대학등록금도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로서는 애당초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차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로스쿨 측은 장학금 제도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최근 로스쿨이 학부과정보다 더 높은 비율로 등록금을 인상하면서도 장학금 지원 규모는 되레 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 장학금을 줄 것이면 차라리 처음부터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감안하면 로스쿨 측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본다.

또한 명목뿐인 특성화 내지 실무교육과, 전임교원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등 학사관리의 부실은 로스쿨 교육과정에 의문이 들게 한다. 일부 로펌들이 고위 공직자 등 부모 배경이 좋은 학생들을 우선 선발하고 있는 현실은 계층 간 간극을 더욱 고착화할 뿐이다. 더욱이 로스쿨 1기 출신 변호사 10명 가운데 8명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법률서비스 지역 평준화를 명분으로 도입된 로스쿨 도입취지와도 배치되고 있다.

결국 위와 같은 로스쿨의 제반 문제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보완책 중 하나로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변호사 예비시험은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그밖에 다른 불가피한 사정으로 4년제 대학 등 학업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계층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법조인이 돼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취지와 함께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법률 분야에 관한 지식과 윤리성은 반드시 로스쿨 교육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로스쿨 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는 결국 로스쿨을 안정적으로 수료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계층에 국한돼 법조인 선발 시스템이 결국 법조세습화의 도구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변호사 예비시험은 로스쿨 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국민들에게도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 사회통합과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어 법조인 선발ㆍ양성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방안이라 할 것이다.

최근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를 없앤다며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선비정신ㆍ양반정신의 키워드는 공익정신이다. 오늘날은 이런 것도 무너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패밀리 이기주의'로 가고 독식하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스템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없애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원로 국사학자인 한영우 교수의 따끔한 지적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대
경제적 약자 배려방안 안돼
로스쿨 증원·장학금 확대가 해법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경제적 약자가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예비시험이 개천에서 용나게 하는 제도인가. 로스쿨에서의 '교육을 통한 양성'을 우회해 기존 사법시험과 비슷하게 '시험에만 의한 선발'을 하는 예비시험은 그런 제도가 아니다.

사법시험은 이미 개천에서 용나게 하는 제도가 아니다. 사법연수원 입소생 평균연령이 30세 전후이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5년 이상 시험공부를 해야 합격할 수 있는 제도다. 합격률이 3~4%이니 5년 이상 시험공부를 한다고 해도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학원비ㆍ고시원비ㆍ교재비 등을 합치면 한 달에 150만원은 든다. 그런데 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주지 않는다. 이미 사법시험은 평균 30세가 될 때까지 매월 150만원 이상의 비용을 감당하면서 시험공부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합격할 수 없는 시험인 것이다.

게다가 예비시험은 사법시험보다 더 어려운 시험이 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 졸업생과 같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시험이니 로스쿨에서 가르치는 법률실무기초과목도 시험과목이 돼야 하고 응시자격에 제한을 둘 수 없으니 일반교양도 시험과목이 돼야 한다. '우회로'이니 합격률은 사법시험보다 높을 수 없다. 그런 시험에 주로 합격할 사람은 경제적 약자가 아니라 대입경쟁을 갓 뚫고 들어와 시험기술이 뛰어난 이른바 'SKY(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재학생이 될 것이다. 2011년부터 예비시험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반면에 로스쿨에서는 정원의 5% 이상을 반드시 경제적 약자 등에 대한 특별전형으로 선발해야 하고 그들에게 장학금 지원을 해야 한다.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이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니 이 합격률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법시험을 포기한 사람도 로스쿨 제도가 생긴 후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제안한다.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500명 증원하자. 그 증원된 인원을 전원 '경제적ㆍ사회적 약자'특별전형으로 배정하자. 그리고 기존의 특별전형 100명을 합한 총 600명에게 1년에 5,000만원을 지원하자. 그러면 지원 총액은 300억원이 된다. 그런데 이것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를 폐지하고 예비시험을 도입하지 않으면 확보되는 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렇게 졸업한 경제적ㆍ사회적 약자는 87%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결국 1년에 500명 이상의 경제적ㆍ사회적 약자가 실제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호소한다. 로스쿨을 통해 '확실하게 개천에서 용나는 나라'를 만들자.

당분간 이어질 이 논의와 관련해 모든 분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돈스쿨'이라는 선정적인 낙인으로 로스쿨을 매도하지 말자. 대출금ㆍ교재비ㆍ생활비 걱정하는 로스쿨생 많다. 변호사의 꿈을 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채 입학한 후 아내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며 고민하는 가장도 있다. 갓난아기를 키우며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엄마도 있다. 부디 사실과 합리성에 입각해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국가의 근간인 법률가 양성 제도에 관한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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