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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차이나 스탠더드

올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는 예전과 많이 달랐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유독 컸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중국 공상련(工商聯)은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철저히 관리ㆍ감독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주문했다. 중국 재계의 주문은 곧 정책이 됐다.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지난 10일 공동으로 ‘외국투자자 국내기업 합병 규정 개정안’을 마련, 자국자본 보호를 위해 외국자본에 ‘족쇄’를 채웠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중국 내 매출이 15억위안(약 1,800억원) 이상인 기업이 중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수 당시 중국 시장점유율이 20% 이상, 또는 M&A 뒤 시장점유율이 25% 넘어서면 그 사실을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원전ㆍ발전설비ㆍ철강ㆍ조선ㆍ석유화학설비ㆍ기어ㆍ변전기 등 7개 전략 업종들은 외국자본의 M&A가 아예 금지된다. 이로써 중국은 핵심기업에 대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확고히 마련했고 기업들은 M&A 걱정 없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외자에 ‘족쇄’를 채운 중국이 자국기업간 M&A는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 가전판매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합종연횡’ 바람이 그중 하나다. 지난 26일 중국 최대 가전판매업체인 궈메이(國美)전기는 시장점유율 3위인 융러(永樂)전기를 54억위안(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궈메이는 점포 수를 501개 이상으로 늘리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지역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외자기업들의 M&A는 시장점유율 20~30%만 돼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중국이 자국기업이 M&A를 통해 70%까지 시장을 독식하는 일에 관대한 것은 누가 봐도 불공평한 처사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가능하면 외자의 손발을 묶으려 하는 건 어느 정부나 매한가지지만 중요한 건 지금 중국에서 자국자본을 옹호하는 ‘차이나 스탠더드’가 엄연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수년간 전경련 등 재계 단체들이 국내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코리아 스탠더드’에 입각해 경영권 방어장치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가 ‘글로벌스탠더드’를 신봉하는 정부에 번번이 묵살됐던 일이 떠오른다. 최근 기자가 중국에서 만난 한 한국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기업들과 싸우다 보면 마치 11대10으로 축구경기를 하는 것처럼 불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몇 대 몇으로 축구경기를 하는 느낌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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