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당했다… 발칵 뒤집힌 한국 항공사들
구멍 뚫린 기간산업 보호장치[뉴스 포커스] 에어아시아, 티웨이항공 편법 인수 우려지분 49% 제한있지만 관련 규정 너무 허술해컨소시엄 통해 인수 땐 외국계 경영권확보 가능외국계 탄생땐 안보에도 부작용
김흥록기자 rok@sed.co.kr
외국자본이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 항공사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기간산업 보호장치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가 국내 5위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외국 자본의 기간산업 장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청주공항관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티웨이항공 실사를 마치고 인수제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국내 항공산업 규정에 맞춰 인수형태와 지분구성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에어아시아가 컨소시엄을 통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기간산업 보호장치인 '49%룰'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에어아시아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49%룰을 무력화시킨 전력이 있다. 에어아시아 태국의 경우 에어아시아 본사는 외자 지분제한에 따라 전체 지분의 45%를 보유하고 있다. 55%는 '아시아애비에이션'이라는 현지상장 항공사가 갖고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아시아애비에이션의 지분구조를 보면 60%가 에어아시아 태국 임원진 소유다. 아시아애비에이션 최고경영자(CEO)도 에어아시아 본사에서 선임하는 등 실질적 경영권은 에어아시아 본사가 지닌다. 결국 에어아시아 본사는 에어아시아 태국의 45% 지분만으로도 실질적인 단일주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도 본사가 49%를 가졌지만 나머지 51%를 3명의 현지 사업가가 보유해 결국 에어아시아 본사가 최대주주다.
국내 법규상 항공사는 기간산업으로 분류돼 외국계 자본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최대 49%로 제한된다. 해외자본의 국적항공사 지분제한 규정은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외자 49% 제한 취지 자체는 기본적으로 경영권을 외국계가 가져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항공업계의 특성상 국적항공사 개념이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우회적으로 국적항공 산업을 침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분 49% 제한' 외에는 다른 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외국계 컨소시엄의 경영권 참여를 제한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외국자본 컨소시엄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티웨이항공의 경우 그런 조항이 전혀 없다. 항공업이라는 기간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정부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영권은 지분규모와 별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컨소시엄 구성과 지분구조ㆍ인수형태에 따라 49% 이하의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외자 49% 제한의 적용 대상이 에어아시아와 청주공항관리 컨소시엄 전체인지, 에어아시아 본사에만 해당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인수합병이든 지분매각이든 형태가 워낙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황에서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9% 지분제한이 걸려 있지만 그 안에 (컨소시엄 전체가) 포함되는지 아니면 (그렇게) 볼 수 없는 영역인지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49% 제한이 에어아시아에만 적용된다면 컨소시엄은 과반 이상 지분확보가 가능하다. 이 경우 에어아시아가 컨소시엄 내에서만 최대 지분을 확보하면 49% 이하 지분으로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나 대우조선해양처럼 49%룰 외에 다른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만약 이것이 없으면 외국자본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항공업계들은 국내에 실질적인 외국계 항공사가 탄생할 경우 생길 외교안보적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운수권 배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항공노선 운영은 각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결정해 운수권을 균등하게 정하고 이를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구조"라며 "외국계 항공사가 출자해 국내에 항공사를 설립할 경우 운수권을 침탈할 여지가 있어 결국 우리나라가 상대방 국가보다 실질적으로 적은 노선 운영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술과 항공기 등은 전시에 필수적인 자원인데 유사시 국내에서 쓸 수 없고 오히려 해외에서 사용될 수 있다"며 안보상의 우려를 나타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티웨이의 매각과 인수는 기본적으로 민간 영역인 만큼 중립적 입장"이라며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QPR구단주이기도 한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10일 방한해 에어아시아 일본노선 확충과 관련, 국내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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