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헌금을 내면 총리와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고 권유한 당 재무책임자의 동영상에 이어 캐머런 총리가 공관에서 정치헌금 기부자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한 사실이 드러났다.
캐머런 총리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26일(현지시간)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고 "정치헌금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으며 이를 위해 공금을 쓰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르면 총리는 2011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다우닝가 11번지 관저로 거액 정치헌금자를 초청해 세 차례 저녁식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는 2009년에만 400만 파운드 정치헌금을 낸 기업인 데이비드 로우랜드 등으로, 부부동반 모임으로 열린 각각의 자리에는 보수당 전 재무책임자인 마이클 스펜서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2010년 7월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는데 총선 승리를 자축하는 단체 행사였다고 캐머런 총리는 밝혔다.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이에 앞서 총리가 지난해 거액의 정치헌금을 낸 기부자들과 공관에서 몇 차례 저녁식사를 했다고 보수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관에서 정치헌금 기부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캐머런 총리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는 하루 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헌금 권유 동영상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차원에서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주 2012~2013년 예산 발표 이후 연금수급자와 중산층으로부터 '부자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처지여서 이번 스캔들은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이런 점을 의식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앞으로는 자신과 재무장관이 참석하는 정치헌금 기부자와의 모임 내역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보수당의 재무책임자인 피터 크루다스가 위장 접근한 선데이 타임스 기자에게 총리와의 만남을 조건으로 정치 헌금을 권유한 영상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크루다스는 리히텐슈타인의 재단 관계자라고 신분을 속인 취재진에게 "1년에 25만파운드(약 4억5000만원) 정치헌금을 내면 총리와 단독으로 만나 관심사를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허풍을 떤 것"이라고 해명하며 당직에서 사퇴했다.
보수당은 이에 대해 크루다스가 재무책임자로 임명된 지 3주밖에 되지 않아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 차원의 조사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독립 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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