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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악화에 글로벌 보험사도 울상

러 진출 美기업 피해 헤지수요 늘어

민간업체 감당 가능한 수준 넘어서

정부 "軍동원" 최후통첩 시한 넘겨

대테러 체제 발령 … 긴장감 고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이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헤지하기 위한 정치적위험보험(PRI)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글로벌 보험업계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야기할 경제적 피해 수준이 민간보험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세계수출보험연맹인 '번유니언'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러시아 정치 리스크와 관련해 글로벌 보험업계의 익스포저(리스크 노출금액)가 최소 270억달러(약 28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가 처음 촉발된 후 러시아로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의 자산보호를 위해 관련 보험상품 구매를 급격히 늘린 결과다.

FP는 보험 브로커 회사 마시앤드맥러넌의 스티븐 카이 PRI 부문 헤드의 사례를 빌려 "러시아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로부터의 보험 문의가 폭주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로서는) 고객들과 불편한 대화만 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험이 더 이상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카이 헤드는 "이미 집이 불에 타고 있는데 화재보험에 들겠다는 것은 너무 늦은 일 아닌가"라며 "현재 러시아의 상황이 이와 같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리스크는 이미 가시화됐으며 보험업계로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서구권의 대러 제재가 가시화된 후 잠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했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친러 성향인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13일 유혈사태를 기점으로 긴장이 급격히 재고조되고 있다.

친러 시위대가 주요 관청들을 점거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도시 5~6곳을 우크라이나 보안부대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사망자 1명, 부상자 5명 등이 발생한 가운데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오전9시까지 점거 중인 관청 건물에서 떠나라고 최후 통첩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테러 대응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의 요구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에서 서구권과 러시아는 유혈사태의 배후로 상대방을 지목하면서 상호 비난전에 나섰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휘장이 없는 유니폼과 방탄복을 입은 무장 시위대가 러시아 국기와 분리주의자 깃발을 흔들며 건물을 점거했다. 우리는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안다"며 사태악화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반면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내전을 멈출 기회를 결정하는 것은 서방"이라며 "이 회의공간 내에 있는 누군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진짜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서방권을 비난했다. 이번 사태로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존 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우크라이나의 새 지도부와 만나 유혈사태를 일으키도록 사실상 승인했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정치적위험보험(Political Risk Insurance·PRI)
=특정 국가의 폭동·테러리즘, 외국 기업 자산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몰수·국유화 등 정치·사회적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 2차 세계대전 이후 붕괴된 유럽에 대한 재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마셜플랜'의 일환으로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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