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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기 주주' 자본주의

홍병문 기자 <문화레저부>

신자유주의 저격수라고 불릴 만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동료 경제학자인 정승일씨와 함께 대담집을 내놓았다. 제목은 ‘쾌도난마 한국 경제’. 한자 성어 ‘쾌도난마’는 복잡하게 얽힌 사물의 문제점을 단칼에 베어 해결한다는 뜻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한국 경제가 이미 풀기 어려운 난국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과 기업인, 국민들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나 경영 투명성 등 해외투자가나 미국ㆍ영국 등 강대국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분야들은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보였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국가 경제 발전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만능의 신’으로 불리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우리 경제구조가 점점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는 도무지 속 시원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외환위기 이후 반짝 경기상승이 있기는 했지만 경제 전반은 오히려 구조적인 저성장, 불황 장기화 조짐을 띠고 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한국 경제의 난맥상이 이른바 주주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향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분을 내세워 해외투자가나 선진국 금융 자본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펴니 국가 경제가 겉보기에는 말끔하게 단정한 모습을 띠지만 속은 텅 빈 강정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 3월 SK 주식을 대량 매집하며 적대적 인수ㆍ합병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해외 자본 소버린이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2년3개월 만에 보유주식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고 한다. 주주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이는 소버린은 자신들 덕택에 SK의 기업구조가 훨씬 더 투명해지고 발전했다고 주장하겠지만 결국 단기 매각에 나서면서 스스로 투기 자본에 불과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주주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란 결국 단기 이익과 일부 주주들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장교수의 주장에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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