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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따뜻한 위로와 착한 병원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개인적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그곳에서 세상의 흐름을 읽기도 하고 병원경영의 해법을 찾기도 한다. '응사앓이' 열풍을 만들며 출연배우들을 단번에 스타대열에 올려놓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지난달 19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 이들의 성공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추억과 공감의 힘이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 1,000만 시대, 디지털기기들이 쏟아내는 일방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고 있을 즈음 '응답하라 1994'는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이 대중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변호인' 역시 정치적인 이념은 차치하고서라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그만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쳐 있고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메시지를 그리워하며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리라. 지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어루만져주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추억과 공감의 코드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공감의 정신분석학적 용어사전을 찾아보면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자 과잉친절보다 눈높이 대응 원해

다시 말해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공감해줄 사람을 찾아 헤매고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 괴롭고 외로움을 느낀다. 근래 유행하는 힐링 열풍도 바로 공감을 찾는 작업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공감은 그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예전 병원의 풍경을 되돌아보자. 소독약 냄새 짙은 대기실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리고 마침내 들어간 진료실에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의사의 표정 앞에 주눅이 들어 궁금한 것도 채 못 물어보고 쫓기듯 진료실을 나온다. 불평은 언감생심이다.



지금의 병원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 의료시스템이 공급자(병원) 중심에서 수요자(환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병원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곳만은 아니다. 환자들 역시 똑똑해졌다. 의사들은 환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병원경영에도 마케팅이 접목돼 친절을 기치로 내건 병원들이 수없이 많다. 환자가 고객이라는 단어로 대치된 지도, 병원에 서비스라는 단어가 붙은 지도 이미 오래 전이다. 친절을 경쟁이라도 하듯 병원 직원들은 아침마다 구호를 외치며 마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듯 무릎을 꿇고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다소 생경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되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친절에 진심이라는 알맹이가 빠져 단순히 습관이 돼버린 경우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계적이고 흉내만 내는 친절은 환자의 마음에 절대 닿지 않는다. 친절의 근간에는 바로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의 입장이 돼보는 공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환자들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그 무엇을 원하고 병원은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의료진의 수술실력이나 최신 장비 못지않게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공감이 필요한 시기다.

'병원=위로받는 곳' 신뢰 쌓아야

최근 들어 과잉진료나 과잉검사 등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는 것 같아 의사이자 병원을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환자들이 병원을 믿지 못하고 소위 병원 쇼핑을 하는 데는 병원에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병원과 의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되돌아볼 때다. 단순한 이윤 창출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공익적인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환자들이 아픈 몸도 고치고 마음까지 위로받고 갈 수 있는 병원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병원들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4년에는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환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입장이 돼주고 공감할 수 있는 착한 병원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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