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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우상'의 칼에 맞선 '이성'의 펜 한평생

■리영희 평전(김삼웅 지음, 책보세 펴냄)


별이 졌다. 지난 5일 별세한 리영희(1929~2010) 전 한양대 교수는 시대의 사상, 민주와 자유를 밝힌 별이었다. 리 교수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생전 마지막 인터뷰까지 나눴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그를 "'우상'의 칼에 맞선 '이성'의 펜"이라 칭했다. 리 교수는 언론사와 대학에서 해직당하고 시대의 파수꾼으로 날을 세우고 살아왔지만 태생 자체가 상류층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평북 삭주가 고향인 그는 면장을 지낸 할아버지 아래 공무원 출신 아버지, 부잣집 딸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러나 성장기에 외갓집 머슴이 독립군으로 변신하는 과정, 집안의 농토를 소작인들에게 모두 나눠줘 버린 외삼촌의 개혁 실천을 보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저항과 비판 정신은 이 때부터 싹을 틔웠다. 국립해양대학을 졸업한 청년 리영희는 안동공립중학교 영어교사로 취직한 지 석 달만에 한국전쟁이 터지자 통역장교로 입대한다. 여기서 그는 군과 사회의 비리와 모순을 목도한다. 이후 그는 외국어에 능통한 특기를 살려 57년 합동통신에 입사해 외신부 기자가 된다. 언론인으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길은 순탄치 않았다. 일제가 한국어 말살정책을 폈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탓에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못 배웠던 그는 초년병 기자 시절 '형편없는 기사'의 연속이었다고 술회했다. 리 교수는 악조건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뒤져가며 맞춤법과 글쓰기의 기본기를 다시 배워 기자의 틀을 갖춰갔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는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에 정권을 고발하는 평론을 기고하는 등 권력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다. 결국 71년 언론사에서 해직되고 한양대 조교수로 임용되던 무렵부터 그는 지식인이자 논객으로서 본격적인 발언을 시작했다. 74년에는 앞서 발표했던 논문을 엮어 명저로 남은 평론집 '전환시대의 논리'를 펴냈다. 2006년 9월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지적 활동을 마감하려니 많은 생각이 든다"며 절필 선언을 하던 순간까지 그의 인생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비판과 진실 추구로 일관된 삶이었다. 다만 시대의 지식인으로 역할을 다하고자 가족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 지난 89년 회갑 때 가족들에게 잘못을 사과했었다고 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 평전은 리 교수가 별세하기 직전인 지난 2일 81세 생일에 맞춰 출간됐고 고인은 병상에서 선물로 책을 받아들고 미소를 지어보인지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3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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