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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장의 반란이 두렵다

[데스크 칼럼] 시장의 반란이 두렵다 조희제 hjcho@sed.co.kr 우리나라에서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있다. 민족ㆍ통일ㆍ평등ㆍ인권ㆍ균형ㆍ서민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들 개념들을 부정한다는 것은 곧 수구요, 기득권층이요,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으로 치부된다. 부동산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국토균형발전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주택정책의 최고 가치이니 말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 및 담보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공급확대를 골격으로 하는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임대주택 공급대책 허점 많아 서민들에게 값싸고 빨리 살 집을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임대주택 260만가구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투기세력을 근절하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길을 사실상 차단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집값 폭등으로 멍든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정부는 자부하는 것 같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의 말대로 좁은 국토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정책은 일정부분 토지공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올해 들어 내놓은 정책들도 부동산시장을 정말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서게 된다. 우선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30평형대의 비축용 임대아파트는 중산층 수요를 겨냥한 주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집이나 부동산 소유에 대한 뿌리 깊은 애착을 도외시한 주거개념에 입각한 발상이다. 집에 대한 우리내 정서를 무시한 접근법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임대인생, 반값인생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비아냥마저 터져나온다. 또 하나 삶의 질 문제는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ㆍ교통ㆍ문화 등 집을 둘러싼 생활여건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교육만 해도 그렇다. 교육은 집값의 상위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의 지적대로 교육이 집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강남은 물론이고 목동과 중계동 등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대부분 교육과 관련된 지역이다. 집값 폭등이 공급부족만이 원인이 아닌데 집만 짓기만 하면 집값 문제가 해결된다는 정부의 1차원적인 접근법에 우울해진다. 중산층 이상의 가진 계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취직을 해서 결혼하고 10년 이상 저축을 한 40대 이후의 세대들은 노후와 삶의 질을 생각해 좀더 넓고 편리한 내집을 원한다. 그런데 정부정책은 가진 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의 이 같은 주택수요를 무시하고 있다. 이러니 소위 강남권 내 집에다 20억여원의 현금을 보유한 자산계층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욕먹기 싫은 이들은 최근 들어 꺼리낌없이 외국에서 돈을 쏟아붇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을 앞두고 해외 주요 관광지는 예약이 이미 끝났고 최근 들어 일본 골프여행은 새로운 여가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300만달러 이하 해외투자 자유화조치 이후 해외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도 자명해진다. 외면받는 정책 혼란만 가중 고사상태에 빠진 지방부동산 시장도 아예 정책 고려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건설교통부는 자칫 이를 계기로 지방 투기열풍이 불어 또다시 부동산 과열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연초부터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되지 않는 동면상태에 들어갔다. 1억~2억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는 등 집값이 연초부터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되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 실수요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부동산정책의 허점들을 자양분 삼아 또 다른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실감을 더하는 것은 왜일까. 서민들을 위한다는 정책이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리고 균형발전이 지방의 공동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정책과실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입력시간 : 2007/02/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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