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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銀, 유럽 고객 발길 '뚝'

비밀주의 포기로 큰손들 이탈 가속화… 개도국 부자 비중은 늘어


'탈세 천국'으로 유명했던 스위스 은행들은 요즘 낙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과의 밀고당기기 끝에 그간 고수해오던 비밀주의를 포기하자 최대 VIP인 서유럽 고객들이 떠나고 있는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 2008년 신규 외국인 예금 유입액 1조8,000억 달러에서 서유럽인들의 자산 비중이 35%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전년도 총 외국인 예금 중 스위스 은행 서유럽 고객의 예금 규모는 51%였다. 이는 곧 스위스 금융계의 최대 큰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위스 금융계에서 외국인 자산 비중은 3분의 1에 달하며, 외국인 자산 운용을 통해 얻는 영업이익도 내국인 자산의 2배나 되기 때문이다. 서유럽 고객의 이탈을 부추긴 원인은 미국 정부가 벌여 온 스위스 은행과의 '탈세 전쟁'이다. 미국의 집요한 탈세혐의자 계좌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에 UBS 은행 등이 지난해 무릎을 꿇자 유럽 각국 정부도 스위스 은행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 지난 주 이탈리아 국세청은 스위스 은행의 이탈리아 지점들을 압수수색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최근 스위스 정부와 새로 협정을 체결, 탈세 혐의자의 스위스은행 계좌 정보를 넘겨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은행들이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미국인 예금이 스위스의 총 외국인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도 채 안되는 탓에 미 정부의 요청에 굴복했지만, '도미노 현상'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로펌 베이커앤드맥켄지의 필립 마르코비치 고문은 "미국과의 정보공개 협정이 미국인 고객들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한 건 큰 잘못"이라면서 "유럽 고객들도 당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스위스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서유럽 고객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는 개발도상국 부자들이 채우고 있다. 2007년에 개도국 국적자의 예금 규모는 전체 외국인 예금 중 36%였지만, 2008년에 새로 유입된 외국인 예금에서 개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였다. 주로 러시아나 중동, 아시아 국적의 이들 고객들은 본국의 낮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스위스 은행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위스 은행들이 가만히 앉은 채 비밀주의를 고수하기보다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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