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새영화] 집으로…
입력2002-04-04 00:00:00
수정
2002.04.04 00:00:00
말없이 전해오는 훈훈한 사랑이야기특수효과로 도배한 블록버스터들과 '조폭영화'들이 극장가를 누비고 있는 가운데 차분하게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예매가 폭주했다.
'햄''콜라''캔터키치킨'의 입맛으로 길들여진 개구쟁이 7살 도시아이와 77살의 시골 오지 외할머니의 산골 동거를 그린 영화'집으로.'가 그것.
지난 3월초부터 한달간 전국 2만명을 초대한 '온 국민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주요극장과 예매 사이트에서 5일 같은 날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편의 예매수를 합친것보다 많은 예매1위를 달렸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개봉관을 서울 17개관에서 25개관으로 늘렸다.
'집으로.'는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널리 알려진 이정향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와 재기 발랄한 상황설정으로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특히 남자주인공 7살의 상우(유승호) 역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촬영장소였던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현지인들로 그들의 진솔한 연기를 만나는 것도 즐겁다.
외할머니 역을 맡은 올해 78세의 김을분 할머니는 영화 구경 한번 못한 특별한 경력이지만, 극중에서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와 단 둘이 산골 오지에 있게된 상우. 전자오락기와 롤러브레이드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답게 밧데리도 팔지 않는 시골가게와 돌 투성이인 시골집 마당과 캄캄한 뒷간은 그에게 엄청난 시련이다.
영악한 도시아이 상우의 외할머니 골탕먹이기는 밧데리를 사기 위해 잠든 외할머니 머리에서 은비녀를 훔치고, 양말을 꿰매는 외할머니 옆에서 방구들이 꺼져라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등 정말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날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은 상우는 온갖 손짓발짓으로 외할머니에게 닭을 설명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할머니가 장에서 사온 닭으로 요리한 것은 '물에 빠트린 닭, 백숙'.
21세기 첨단 디지털문화에 길들여진 아이와 20세기 초 아날로그문화에 머물고 있는 할머니.
이질적인 동거지만 한없는 할머니의 사랑에 조금씩 젖어들어 '사랑'을 배우는 아이로 변해가는 심리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동화처럼 아름답되 허황되지 않은 영화며, 삶의 무늬 결을 세심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마지막 엔딩 자막과 함께 크레딧이 올라도 끝이 아니다. 5분분량의 메이킹 필름이 국내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보여지는데 이 작품 또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78세 노인으로 주연데뷔한 김을분 할머니의 인터뷰와 이정향감독의 프로덕션, 그리고 촬영현장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박연우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