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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시카우 오늘과 내일] 1-1. ‘도약이냐 쇠락이냐’.

지난 2000년1월.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은 야심찬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오는 2010년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이른바 `글로벌 톱5`선언. 외환위기 탈출의 일등 공신인 자동차 산업이 다시 한번 비상(飛翔)을 준비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년. 우리의 자동차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용훈 현대차 전무는 “2003년은 글로벌 톱5로의 도약이냐 좌초냐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회색 빛 세계 경기, 내수부진과 노조의 강한 입김, 자동차 산업은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돼 사실상 전 기업이 M&A(인수합병) 굴레에 휘말려 있다. 약육강식의 무한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적 캐시카우인 자동차 산업은 지금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급유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할까= 재계는 참여정부 출범에 맞춰 1인당 국민소득(GDP) 2만달러 시대를 제창했다. 남충우 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가 GDP 1만달러의 버팀목이었다면 자동차는 2만달러 진입을 위한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IT강국을 부르짖지만,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린 핵심은 GM과 도요타였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 대국이다. 지난 한해 147억7,900만달러를 해외에 내보내 138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국가 전체의 무역흑자(103억4,000만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전후방 고용효과도 170만명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GM`인 현대차는 어떤가.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2001년 252만대를 생산하며 세계 10위에 올라섰다. 지난해는 277만1,264대로 8위로 올라섰고, 올해는 혼다를 따돌리고 7위까지 뛰어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08년 생산량 500만대로 GM-포드-도요타-다임러크라이슬러에 이은 글로벌 톱5에 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결코 구두선에 그치지는 않을 기세다. 싼타페와 뉴EF쏘나타가 미국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한데서 보듯, 질적으로도 우리의 자동차는 세계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현실화한 넛 크래커 현상= 장및빗 꿈은 가능할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동차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선진국 정부의 외교ㆍ경제적 지원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미국이 지난 79년 크라이슬러에 35억달러가 넘는 재정을 투입한 것,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 등은 몇몇 사례에 불과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통상압력의 중심에는 항상 자동차가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들만 잰걸음을 내딛는게 아니다. 중국, 인도, 태국 등 우리의 차세대 전략 판매 국가들이 자동차 생산에 쏟는 열정은 무섭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선진 기업들을 끌어 들이며 앞선 기술을 받아 들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국가별 자동차 생산대수에서 325만1,225대로 한국(314만7,584대)을 따돌리고 5위로 뛰어 올랐다. 앞으로 5~10년 정도면 자체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인도와 타이도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둘러보면 어느덧 우리의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끼어 있는 `넛 크래커` 신세다. ◇삼위일체된 모습 시급= 김동진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월22일 급거 미국으로 향했다. 한계에 달한 내수 시장 대신 수출에서 먹고 살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정몽구 회장은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우리 차를 사달라고 직접 뛰어 다닌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 올해에만 2조6,000억원의 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보이는 모습은 어떤가. 정부는 수출을 위해 우리의 업체를 도와주기는 커녕 발목을 잡는 오락가락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경유차 도입은 입법 예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는 도처에 널려 있다. 배기가스 기준부터 경유차ㆍ경차규격 등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대의 요구수준을 맞춰가는 것을 찾기가 드물다. 특별 소비세는 미국이 벌이는 통상압력의 단골메뉴가 될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세금 내는 기계`다. 열악한 부품 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자동차 업체들만 발을 구른다. 노조는 아직도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노사분규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생산ㆍ수출 차질액은 1조970억원. 오죽하면 현대차가 노사분규가 적은 앨라배마를 택했겠는가. 학계의 한 원로는 “자동차 업체들은 21세기 수위를 향해 달리는데 우리의 노동법과 노조는 20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올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노사화합, 정부와 민간의 일체된 정책개발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미래차 개발 아직 걸음마 단계 2003년 벽두인 지난 1월6일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두 모여드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는 메인 행사가 열리는 코보홀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법인의 경영계획등 산적한 이슈들을 뒤로한 채 왜고너 회장이 간담회 시간의 절반이상을 할애한 것은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 5년안에 12개 모델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아 GM이 미래 자동차시장의 선도자가 될 것임을 선언했다. 올해 모터쇼에선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한세대 앞서는 연료전지 차량도 일제히 선보였다. GM은 키를 돌리면 작동하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인 `하이와이어`를 등장시켰다. 불과 1년전 `오토노미`라는 이름의 컨셉트카가 멀뚱하게 서 있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미래차 시장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일본의 노력도 필사적이다. 지난 89년부터 수소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해온 혼다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차로 인증받은 SUV `FCX`를 LA 시정부에 임대한데 이어 2년안에 캘리포니아주와 일본에서 30여대의 FCX를 운행한다. 지난 97년 하이브리드차를 처음 내놓은 도요타는 5년내 연 30만대를 미국 내에서 생산ㆍ판매해 우위를 지켜 나갈 계획이다. 자동차혁명을 준비하는 선진 메이커들의 준비는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래카는 ▲2005년 전체 시장의 2% ▲2010년 7% ▲2015년에 22% ▲2020년 42%를 점유, `20세기 차량`을 급격하게 구축할 전망이다. 반면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선진 메이커들의 기술력이 대학능력이라면, 우리는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지난 95년. 현대차는 이후 지난 2000년에 베르나 하이브리드 등 5종의 하이브리드차를 시범 운행중인데 그치고 있다. 오는 2010년부터 자체 기술로 전체 차량의 3~4%를 연료전지로 생산할 방침이지만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지원도 미흡하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무공해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차세대 연료전지자동차의 개발사업(Freedom Fuel Program)에 앞으로 5년동안 9,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등 차세대 차 개발사업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국세청격인 IRS는 전기 활용차량에 대당 2,000달러씩 세액을 공제해 주고, 의회는 하이브리드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추가 인센티브를 고려중이다. 반면 우리 정부가 지난해 자동차관련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미래형자동차기술개발사업`에 출연한 규모는 불과 82억원. 그나마 하이브리드ㆍ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지원은 4억원에 그쳤다. 현재의 기술력과 정부의 무관심이 이어질 경우 외국기업의 하청기지가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의 대비와 지원을 강조한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미래형 차 개발은 막대한 투자비용과 관련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업체의 연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에너지수급정책과 연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할 수 있는 R&D 프로젝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미래형 차=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차가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는 2개의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차로 시동과 저속주행은 전기, 일반 주행은 휘발유, 고속구간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동력이 함께 작동한다. 연료는 15~50% 절감되고 배출가스량도 훨씬 적다. 하드브리드보다 한세대 나아간 수소 연료전지차는 휘발유 대신 수소로 전기를 발생시켜 엔진을 돌리는 것으로, 미래 환경 자동차 기술의 완결판으로 불린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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